[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이 지난 3월 윤석열씨의 석방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를 위해 지난 25일 대검찰청과 법무부, 서울구치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하고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습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심 전 총장을 직접 불러 조사할 예정입니다. 윤씨를 석방하는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부장판사, 법원의 최종 책임자인 조희대 대법원장까지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윤석열씨 내란 혐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월 '즉시항고 포기' 집중 규명
특검이 초점을 맞춘 건 올해 3월7일과 8일입니다. 앞서 3월7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2·3 계엄 선포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씨의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결정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고, 결국 윤씨는 이튿날인 구치소에서 석방됐습니다.
당시 지 부장판사가 윤씨의 석방을 결정한 논리와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상황은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통상적으로 검찰은 주요 사건에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불복, 즉시항고를 곧바로 신청해왔습니다. 항고가 제기되면 상급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피의자의 구속 상태가 계속 유지됩니다. 검찰 입장에서 즉시항고는 사건 공백을 최소화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윤씨의 석방과 관련해 검찰은 '이례적으로' 즉시항고를 포기했습니다.
특검은 전날(25일) 압수수색에서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와 대검 검찰총장실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3월 법원의 윤석열씨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당시 지귀연 부장판사는 구속기간 만료 시점을 '날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 윤씨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전례가 없는 해석으로 평가, 법조계에서 큰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3월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검찰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특검은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배경에 외압이나 부당한 이해관계 고려가 없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입니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와 대검 검찰총장실 자료가 당시 논의 과정을 보여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실 보고 라인, 회의 기록, 법무부와의 교신 내용까지 확인한다면 석방 경위가 어떤 논리와 절차로 이뤄졌는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는 겁니다. 특검은 조만간 심 전 총장을 불러 조사하고, 관련자 진술과 대조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부 고위층 수사 확대 전망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법무부와 박성재 전 장관의 자택까지 포함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전 장관이 계엄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교정본부에는 구치소 수용 여력 점검, 출입국본부에는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여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지시가 실제로 집행됐다면 당시 법무부가 검찰과 함께 윤씨 석방 및 이후 대응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걸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시민단체 고발에서 출발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5월 윤씨 구속취소 결정과 관련해 지 부장판사와 심 전 검찰총장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특검에 이첩했습니다. 공수처는 단순한 재판 결과가 아니라, 석방 결정 전후의 검찰·법원·법무부 간 의사결정 전반이 특검의 수사 권한 범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가 사법부 최고위층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석방 결정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는 단순히 윤씨의 석방 경위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형사사법 절차의 정당성과 독립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씨의 석방은 지 판사의 이례적 구속취소 결정과 심 전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라는 두 가지 결정이 맞물려 이뤄졌습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에 대한 조사까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심 전 총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고발 사건 이첩을 근거로 이뤄졌고, 조 대법원장과 지 판사에 대한 고발건 또한 공수처에서 특검으로 이첩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이 향후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