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수장들 책무구조도 관심에 증권사 긴장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증권 책무구조도에 이름 올려
권고 사항·법령 해석, 법적 강제력 없지만 영향력 발휘
이억원·이찬원 원장도 내부통제 강조…책무구조도 거론
2025-09-04 15:01:31 2025-09-05 08:53:3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신임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책무구조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증권사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회사 업무에 영향력을 미치는 이에 대해서는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는 책무구조도의 법령 해설서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감독원의 권고 사항을 따르는 분위기입니다. 법령 해설서를 바탕으로 한 권고 사항은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검사와 감독 상의 불이익에 대해 우려하며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지난 3일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회장이 책무구조도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창업주이자 글로벌전략가(GSO)입니다. 박 회장은 회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중장기 방향성 수립 및 사업 기회 발굴에 대한 책무 및 글로벌 전략 본부 조직 관리'와 관련된 책무를 맡게 됩니다. 6월 말 키움증권(039490)은 김동준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키움증권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둔 시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질적 영향이 있는 이들이 책무구조도에서 빠지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었고, 이에 금감원이 실질적인 영향력에 걸맞은 책무 부여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책무구조도 법령 해설서에 따르면 책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회사 임원이라도 책무를 배분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법령 해설서에서 '책무에 미치는 사실상 영향력'에 대해 금융회사별로, 경영 상황이나 책무에 대한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자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기재했습니다. 사실상 지침을 제시하고, 선택은 자율에 맡겼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금감원은 책무구조도 사전 컨설팅을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미비점을 지적하며 권고 사항을 내놨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으로 인한 이해 상충 발생 소지에 대한 가능성과 책무의 중층적 배분으로 인한 책무 중복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과 KB증권이 이를 따라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습니다. 이 밖에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지적에 대해 일부 기업들이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사를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층적 책무 배분 역시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권고 사항은 비명시적 규제로 분류되며 금융 행정지도에 속합니다. 금융감독 기관이 금융회사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 금융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지침에 충실히 따르는 것은 차후 제재를 받을 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으로 보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 사항이 있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가, 만약 사고를 낼 경우 제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권고 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그게 곧 규제(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서, 권고 사항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LTV(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도 처음에는 비명시적 규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임명된 금융당국 수장들도 연일 책무구조도를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증권사들이 긴장하며 책무구조도에 공들이는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금융회사 책무구조도를 확실하게 정착시켜 실효적 내부통제가 작동되게 함으로써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금융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찬진 신임 원장 취임 이후 첫 현장점검 사안으로 책무구조도 검사를 예고했습니다. 금융지주와 은행 44곳 가운데 8개사를 선별하고 현장점검에 나섭니다. 나머지 리스트도 선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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