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돌고 돌아 ‘원점’…협력업체만 고사 직전
공은 다시 국회…연내 착수 ‘불투명’
상생안 공회전에 협력업체 등 터져
2025-09-17 13:47:20 2025-09-17 14:31:3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총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이달 중 ‘수의계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당정 협의’로 공이 넘어가면서 연내 상세설계 착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그 사이 기본설계 업체와 계약을 기대하고 준비해온 울산 지역 협력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몰렸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17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18일 예정된 제130회 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에서 KDDX 사업 추진 간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하되 한화오션이 일부 참여할 수 있도록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한화오션과 일부 민간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해당 안건에 대한 당정 협의는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 중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송방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 제안요청서를 쓰기 시작해도 1~3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해 올해 12월 안에 공고만 내도 다행”이라며 “위원회 의결 구조상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끌고 갈 수 있는 사안인데 소수 민간위원 반대를 명분 삼아 ‘당정 협의’로 넘긴 것은 면피성 행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두 기업의 ‘상생안’은 현실성·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현재 두 기업이 동시 참여하는 ‘공동 상세설계’나 A사가 1번 함을 맡았다면 B사가 2번 함을 맡는 식의 ‘선도함 이후 후속함 분할’ 등이 거론됩니다. 
 
공동 상세설계에 대해 업계에서는 “말은 좋지만 책임의 사각지대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정은 소음·진동·충격·생존성 향상 등 다양한 설계기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총괄 책임의 일관성이 중시되는 분야로 꼽힙니다. 대표적 사례가 방사청 개청 전인 1995년 개념설계를 마친 충무공이순신함(KDX-Ⅱ)입니다. 당시 설계 및 건조 과정에서의 문제로 수중방사소음(URN) 기준치 초과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함정의 생존성과 직결되는 치명적 결함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러나 기본설계사와 상세설계사가 달라 책임 소재를 추적하기 어려웠고, 이후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화오션이 KMIST에서 전시한 KDDX 모형. (사진=연합뉴스)
 
후속함 분할과 관련해 송방원 교수는 “선도함은 연구개발 예산, 후속함은 양산 예산으로 프로그램 체계가 다르다”며 “방산업체가 복수인 상태에서 후속함을 특정 업체에 임의로 배정하면 나머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담합으로 간주돼 국가계약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완수할 역량이 있는 복수 업체를 대상으로 계약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HD현중과의 수의계약 추진을 중단하고 경쟁입찰로 전환하더라도 일정상 두 업체가 동등한 출발선에 서게 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HD현중이 군사기밀 유출로 받은 보안점수 감점은 11월에 말소됩니다. 벌점이 없는 상태에서 현대와 한화가 경쟁하게 되는 셈입니다. 
 
조선 분야 협력 업체들은 ‘울상’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는 다수 협력사와 핵심부품·기자재 지정 등을 담은 사전 협의·가계약을 진행합니다.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울산 협력 업체들은 설비투자와 인력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성이 낮은 상생안과 경쟁입찰 논의 등으로 허송세월 하는 사이 함정 특화 기자재 업체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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