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신용대출 봇물인데…"금리가 너무 높아"
2025-10-13 17:36:03 2025-10-14 02:15:11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의 국내 체류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외국인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 등은 신용정보가 적어 금융 활동이 제약되는 '금융이력부족자'인 만큼, 외국인 신용대출 금리는 다른 상품보다 높은 연 6~13% 수준입니다.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를 통한 건전성 관리가 관건인 가운데 은행들은 새 소비자군과 수익원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금융 이력 부족으로 고금리 적용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NH K-외국인신용대출'을 선보였습니다. 대출한도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며 대출 기간은 6개월 이상 60개월 이하입니다. 
 
신한은행도 외국인 노동자 전용 신용대출 ‘SOL 글로벌론’을 출시했습니다. 대상은 3개월 연속으로 급여를 수령한 외국인 노동자로 체류 자격 요건(E9, E7, F2, F5)을 충족하고 체류 기간 만료일이 6개월 초과인 경우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출 한도는 최대 2000만원, 대출 기간은 최소 6개월부터 최대 36개월까지입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 '하나 외국인 EZ Loan'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E-7비자(특정 활동) 및 E-9비자(비전문 취업)를 보유한 외국인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대출 기간은 최장 30개월입니다. 
 
지방은행들도 외국인 노동자·유학생 대상 신용대출 상품까지 내놓았습니다. 전북은행이 2023년 10월 외국인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광주은행이 ‘투게더외국인 신용대출’, BNK경남은행은 ‘외국인신용대출’을 내놓으며 합세했습니다. 
 
다만 대출금리는 연 6%에서 13%사이로 다른 상품보다 높습니다. 외국인 고객들이 신용정보가 적어 금융 활동이 제약되는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이기 때문입니다. 씬파일러들은 상환 의지와 관계없이 신용 거래가 적어 기존 금융사로부터 고금리를 적용받거나 한도가 제한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신용 거래 내역이 풍부하지 않아 상환 능력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신용 리스크를 반영해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은 한도가 낮고 이용자가 아직 많은 편은 아니라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외국인 영업점·운영 인프라 확대
 
최근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이 점차 늘어나며 금융권이 외국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국인 시장이 포화 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외국인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 외에도 해외 송금 지원, 외국인 특화 영업점 개설, 외국인 노동자 전용 보험 관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험 연계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지난 7월 삼성화재와 협약을 맺고 출국만기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을 KB스타뱅킹 앱에서 조회·청구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또 해외 송금 서비스 'KB 퀵 샌드' 지원 국가를 47개국으로 확대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의사소통과 영업점 직접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고객을 위해 실시간 다국어 채팅 상담 서비스인 'Hana EZ 다국어채팅상담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16개국 언어까지 지원될 예정이며 예금 및 적금·펀드·모바일·인터넷뱅킹·외환·대출·퇴직연금 등 주요 은행 업무 전반을 지원합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열었습니다. 외국인 전용 앱 '우리WON글로벌'에 '유학생 커뮤니티'를 새롭게 선보여 금융 기능과 함께 생활·문화·교육·인턴십 정보를 한 화면에서 제공합니다. 외국인 유학생 플랫폼 'K-캠퍼스(campus)'와 제휴해 대학별 뉴스, 인턴십 정보, 한국 생활 리뷰 등을 연결했고 총 17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기능과 상담 연계도 갖췄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인 전용 특화 점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특화 점포는 초우 37곳으로 하나은행(16개)·KB국민은행(8개)·우리은행(5개)·전북은행(4개)·신한은행(2개)·광주은행(1개)·IBK기업은행(1개) 등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화 점포에서는 외국인 고객 대상 일요일 영업·다국어 상담·통번역·계좌 개설·해외 송금·환전·모바일·인터넷뱅킹 온보딩·카드 발급·수수료 우대 및 전용 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은행권이 외국인 유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인 265만783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학생 수도 증가세입니다. 지난 2020년 15만3361명에서 지난해 26만3775만명까지 증가했습니다. 4년 만에 약 11만명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정책·제도 변화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을 활용해 계좌 개설과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비대면 서비스 중심의 외국인 금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과거에는 실물 등록증 확인이 필수여서 절차가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모바일 인증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28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열린 하나은행 외국인 손님 초청 2025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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