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제주도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재추진되면서 또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업 예정지 인근이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풍력발전이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제주도는 지난달 29일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계획에 대한 주민 열람을 공고했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를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2023년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5년 전 무산된 사업 재개 움직임…계획 수정 없어 비판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은 2011년 제주도청과 한국남부발전이 협약을 맺고, 특수목적법인 대정해상풍력발전㈜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5년 전인 지난 2020년 주민 반대와 도의회 부결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주민들은 최소 20년 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 및 운영으로 신도리 앞바다에는 사회적·환경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은 2021년 모슬포수산업협동조합(모슬포수협) 임원진 대상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2028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재추진되는 중입니다. 이에 대해 해양환경 단체인 핫핑크돌핀스(이하 핫핑돌)는 "기존 사업 계획에서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세부 내용이 하나도 변경된 것이 없는 가운데 제주도청이 이미 폐기된 계획을 다시 들고 나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주변 해역은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인접…해양생태계 악영향 우려
핫핑돌이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을 반대하는 건 신도리 앞바다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곳은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까지 지정됐습니다.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 해양생물을 포획하거나 그물을 설치하는 행위 △인공구조물의 신축·증축 행위 △해수의 수위나 수량을 변화시키는 행위 등이 제한됩니다.
핫핑돌은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8.6㎞ 정도 떨어진 대정읍 신도리 해역은 2025년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며 "사업이 추진될 경우 연안정착성 해양포유류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를 심각하게 파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행한 논문 '해양포유류 보호를 위한 수중 소음 관리 제도 도입 방안'을 보면 "건설 공사 등으로 발생하는 강한 수중 소음은 어류를 비롯한 해양생물의 행동과 생리 등에 변화를 일으키고 심할 경우 청각기관 등에 물리적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리를 수중 이동 감각, 개체 간 소통 및 먹이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해양포유류 중 특히 고래류는 주변의 소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핫핑돌은 이에 지난 4월 "남방큰돌고래들은 제주 연안 전역에 걸쳐 살아가기 때문에 신도리 해역만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크게 부족하다"며 "제주 연안 전체로 보호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025년 9월17일 제주에서 올린 '자연과 공존하는 에너지 해상풍력!' 탐라해상풍력단지 주변 수중생태 홍보 영상 중 한 장면을 캡쳐했다. (사진=제주 영상뉴스 캡쳐)
풍력 늘려도 '탄소 없는 섬'은 꿈...전력 목표 달성 난망
제주가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풍력발전에 힘을 쏟고 있지만 풍력발전으로 목표 설비 용량을 채우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 생산을 위해 확보해야 할 발전소 총량을 뜻하는 목표 설비 용량은 최대전력 수요를 기준으로 예비율을 반영해 정해집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제주 지역의 2038년 최대전력 수요 전망값은 1644㎿입니다. 이 값에 예비율을 반영하면, 목표 설비 용량은 2203㎿로 산출됩니다. 2038년까지 2203㎿의 생산 설비를 마련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목표 설비 용량은 발전소 정격용량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정격용량에 '피크기여도'를 반영한 '실효용량'으로 계산됩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 지역 피크 시간에 대한 풍력의 피크 기여도가 0.3%로 0%인 태양광과 맞먹습니다. 풍력발전소를 늘려도 피크 기여도가 낮은 탓에 목표 설비 용량을 채우는 데 효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제주 지역 전력 피크 시간대는 여름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로 이때 풍력 발전량이 줄어드는 이유를 전력거래소 관계자에게 묻자 “기후적으로 봤을 때 여름철 한반도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재생에너지의 경우 실효용량 44㎿를 2038년까지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격용량 2184㎿ 규모의 설비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대정해상풍력발전 지구와 같은 규모의 발전소를 약 22개 지어야 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탄소 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 780㎿는 전환하지 못합니다. 발전 방식이 미정인 230㎿ 규모의 신규 설비도 추가로 필요합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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