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판교급'으로 확대된 수도권 공공분양 계획을 내놨지만, 대부분 물량이 도심을 벗어난 지역에 집중돼 서울 '불장'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입니다. 착공·준공 기간을 고려하면 입주도 2030년대 초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교통 여건 내세웠지만…서울 밖이 '95%'
국토교통부는 26일 내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공공택지에서 총 2만9000가구의 공공분양주택을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물량은 9·7 대책에서 제시된 2만7000가구보다 2000가구 많은 규모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 1300가구 △인천 3600가구 △경기 2만3800가구가 배정됩니다. 지구별로는 △3기 신도시 7500가구 △2기 신도시 7900가구 △기타 중소 택지 1만3200가구입니다.
주요 공급지는 3기 신도시 고양창릉(3881가구)·남양주왕숙(1868가구)·인천계양(1290가구), 2기 신도시 평택고덕(5134가구), 중소택지 고덕강일(1305가구)입니다.
국토부는 "판교급 신도시를 하나 새로 조성하는 수준"이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광역도로망 등 교통 인프라 접근성이 좋고, 출퇴근이 수월해 실수요가 높은 입지를 중심으로 물량을 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고양창릉은 GTX-A 창릉역 신설과 맞물려 서울 은평·마포 접근성이 높고, 인천계양은 도시첨단산단 인근 입지로 수요가 꾸준합니다. 고덕강일은 대규모 공원 녹지와 광역도로망과 가까워 여건이 양호하다는 평가입니다.
문제는 전체 2만9000호 가운데 서울 물량이 1300가구로 4.5%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이마저도 이미 지정된 고덕강일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공급으로, 서울 안에서 새 부지를 확보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 내부 주택난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기엔 부족한 공급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3기 신도시나, 입지가 양호한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되지만, 서울 도심에 집중된 실수요가 워낙 견고하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장기간 활용되지 않거나 과도하게 계획된 상가·단독주택 용지를 정례적으로 심의해, 필요할 경우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우선 추진 물량은 1만5000가구로 설정됐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 우선 추진 물량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4100가구 공급을 위해 지구계획 변경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습니다. 대상 입지는 3기 신도시 남양주왕숙 455가구, 2기 신도시 파주운정3 3200가구, 중소택지 수원당수 490가구입니다.
다만 전환 가능한 부지가 제한적이고 도시계획 절차도 길어 단기간 공급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과 우면동성당 신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서리풀2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송동마을 대책위원회)
초강력 규제에도…서울 집값 상승 폭 5년 새 '최대'
착공·준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공공분양주택의 실제 입주는 2030년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의 입주 현실화가 아닌 '계획 단계'에 그쳐, 수도권 집값과 전·월세 물량에 있어 단기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올랐습니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9월(2%)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입니다. 올해 최고 상승률이었던 지난달(1.46%)보다 0.26%포인트 확대됐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 등으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소수 매물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단기간에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0.23% 올라 5주 연속 오름 폭이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상승 추세는 이어진 채 탄력만 둔화한 것으로, 매수 심리는 잠시 숨을 고른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세 불안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분석 업체 '집토스'가 국토부 데이터를 토대로 10·15 대책 시행 전후 한 달씩의 아파트 전셋값을 비교한 결과, 새로 규제지역으로 추가된 서울 21개 구의 평균 전세가격은 대책 시행 전보다 2.8% 올랐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전망입니다. 서울 도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뿐 아니라, 문재인정부 때 추진했던 도심 유휴부지 활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후보지에서도 난항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인 서리풀2지구는 설명회에 이어 공청회도 주민 반대로 연달아 무산되면서 사업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