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식용유의 비만 유발 경로 확인했다”
기름보다 '옥시리핀'이 비만 주범
100년 새 대두유 소비 5배 증가
2025-12-02 10:35:42 2025-12-02 14:52:24
미국 가정과 식품 산업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두유(soybean oil)가 비만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UC리버사이드(University of California–Riverside, UCR)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동물실험에서 대두유 기반 고지방 식단이 체중 증가를 촉진하며, 이는 기름 자체보다 몸안에서 생성되는 특정 대사물질인 옥시리핀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지질연구저널(Journal of Lipid Research)> 10월호에 실렸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용유인 대두유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Gemini 생성)
 
UCR 연구진은 일반 쥐와 유전자 변형 쥐(트랜스제닉 쥐)에게 동일한 대두유 고지방식을 제공했습니다. 일반 쥐는 대부분 체중이 크게 늘었지만, 유전자 변형 쥐는 거의 살이 찌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그 차이가 HNF4α라는 간 단백질의 형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지방 대사와 연관된 수백 개 유전자를 조절합니다. 소니아 디올(Sonia Deol) UCR 연구원은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고도 더 쉽게 비만해지는지 설명할 단서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몸속서 변환된 옥시리핀’
 
대두유에는 리놀레산(linoleic acid)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체내에서 옥시리핀(oxylipin)이라는 분자로 전환됩니다. 리놀레산을 많이 섭취하면 옥시리핀이 과다 생성되고, 이는 염증 증가나 지방 축적, 간 기능 악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콩기름과 체중 증가의 연관성을 규명한 UCR 연구진의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UCR의 프랜시스 슬라덱(Frances Sladek) 교수는 “대두유가 코코넛 오일보다 비만 유발성이 높다는 사실은 2015년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는 기름 자체나 리놀레산이 아닌, 체내에서 지방이 변환되는 과정이 원인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전자 변형 쥐는 일반 쥐보다 옥시리핀이 훨씬 적었고, 간 지방 축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향상된 점도 체중 증가 억제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저지방 식이를 섭취한 유전자 변형 생쥐도 비만 없이 옥실리핀 수치가 상승했는데, 이는 해당 분자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대사 요인이 비만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두유 소비량과 동일한 비율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미국의 비만 인구수. (이미지=UCR, Sonia Deol)
 
추가 분석 결과, 유전자 변형 쥐는 리놀레산을 옥실리핀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핵심효소군의 수치가 현저히 낮았습니다. 특히 이 효소들의 기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서 매우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효소들의 수치는 유전적 요인, 식이, 기타 요인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혈중 옥실리핀 수치가 아닌 간 내 옥실리핀 수치만이 체중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혈액 검사가 식이 관련 초기 대사 변화를 신뢰성 있게 포착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초가공식품 식단이 위험 요인
 
대두유는 지난 100년간 미국 내 소비량이 5배 늘었습니다. 전체 칼로리 중 대두유 비중은 2%에서 10%로 높아졌으며, 이는 가공식품 소비 증가와 맞물린 변화입니다. 대두는 식물성 단백질의 풍부한 공급원이며 그 기름에는 콜레스테롤이 없지만, 초가공식품을 포함한 리놀레산 과다 섭취가 만성 대사질환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름에 콜레스테롤이 없음에도, 연구진은 대두유 섭취가 쥐의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데올 박사는 “대두유 자체가 본질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양이 우리 몸이 진화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인의 과도한 섭취가 인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대사 경로를 과활성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인간 대상 실험 계획은 없지만, 이 결과가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영양 정책 수립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슬라덱 교수는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와의 인터뷰에서 “담배와 암의 연관성이 처음 관찰된 후 경고 라벨이 부착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며 “과도한 대두유 섭취와 건강 악화 사이의 연관성을 사회가 인식하는 데 그만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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