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 쿠데타 1년)환율 고공행진에…2금융권 유동성 부담
2025-12-02 11:53:07 2025-12-02 14:00:4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12·3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뒤 장기간 1400원대에 머무르면서 2금융권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고환율 고착화 이후 환율 변동까지 이어지자 환율 리스크 헤지(환헤지) 비용이 늘고, 조달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2금융권의 유동성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보험사 "환헤지 비용 골머리"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엄 사태 이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300원 후반에서 1400원 초반 사이를 오르내렸습니다. 그러나 계엄 사태 발생 직후 환율이 1450원을 단숨에 넘어선 뒤로는 등락폭이 커졌습니다.
 
보험사들은 변동폭이 큰 환율로 환헤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거둬들인 보험료를 국내외 채권과 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현재 국내 생명·손해보험사들이 보유한 외화표시 유가증권은 총 14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자산에 대해 100% 환헤지 비율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통화선도환·외환스왑·이종통화스왑 등 여러 파생상품이 활용됩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의 외화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주로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외환스왑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헤지 계약을 갱신하는 시점에 환율이 급등하면 환헤지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환헤지를 통해 환차익을 얻기 어려워 운용수익률도 저하되고, 펀드에 환헤지 기능을 추가한 경우 환율 상승 시 헤지 비용이 더 커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헤지를 하고 있지만 변동이 크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환율의 등락폭이 커 모니터링을 더 세밀히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환율 리스크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더 크게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카드사, 조달비용 부담에 소비 위축
 
카드업계는 고환율이 장기화되고 기준금리 인하까지 지연되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예금 기능이 없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하는데,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와 연동돼 움직입니다.
 
계엄 사태 직후인 12월4일에는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가 3.102%로, 사태 직전인 12월2일(3.043%)보다 0.059%p나 뛰어올랐습니다. 이후에도 고환율과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이 겹치며 기준금리가 동결되자 카드사들의 조달금리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계엄 사태 직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연말·연초 특수 효과도 사라졌습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p 떨어졌습니다. CCSI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가구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계엄 사태 이후 소비 위축 현상이 이어지자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계획된 모임과 행사를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CCSI는 △1월 91.2 △2월 95.2 △3월 93.4 △4월 93.8 수준에 머물며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CCSI가 다시 100을 넘어선 것은 5월부터였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말 특수 효과로 매년 4분기의 기대감이 크지만 당시 회식 등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상황이 안 좋았다"며 "기준금리도 계속 동결하면서 조달금리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 수신 이탈에 예금 확보 총력
 
저축은행들은 빠져나가는 예금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소비자들은 달러예금이나 미국 주식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환차익 기대가 커지고, 주식이 하락하더라도 환율 상승으로 일정 부분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계엄 직전인 2024년11월 103조3649억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2025년1월 수신 잔액은 101조8154억원으로 1조5000억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이후에도 이탈 흐름이 이어져 4월에는 98조3941억원까지 줄어들며 자금 조달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 시 예금 금리와 조달 비용이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시중은행처럼 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은 다시 3%대 예금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 경쟁력을 높이면서 저축은행의 조달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간에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많이 빠졌다"면서 "현재는 과거 예금 상품들의 만기까지 겹치면서 다시 수신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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