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인데 소형될 판"…용산업무지구 '벌집형 주거' 우려
6천→1만호에 업무지구 지역 '술렁'…소형 위주 임대주택 증가 유력
이촌2동 주민들 "협의 없는 정부가 문제"…주거 질·다양성 하락 우려
지자체들 반발…서울시 "우려 반영 안돼"·용산구 "주거환경 중대 영향"
2026-01-30 17:49:10 2026-01-30 17:49:1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주택 1만채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업무지구 주변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기존에 계획된 6000채보다 물량이 40%가 늘어나면서 '벌집형 주거'가 양산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계획에서 주택 너비는 공급면적 기준으로 국민평형인 35평형(전용면적 85㎡)이지만, 주택이 늘어나면서 더 작은 20대평형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나옵니다. 여기에 소형 위주의 임대주택 증가도 불가피해지는 중입니다.
 
30일 용산구 이촌2동 소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 취재진을 만난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시가 계획한 6000채를 1만호로 늘린다고 발표한 건, 반대로 개별 주택의 평수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개별 거주자가 살아가는 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당연히 생활의 질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택 증가로 상주 인구도 늘어날텐데, 이들이 누려할 학교·교통·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택 증가 정책만 발표했다"며 "'청년·신혼부부 위주로 해서 작은 평수를 많이 넣었기 때문에 학교와 교통 문제를 감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예를 들어 노인 위주로 입주할 경우에는 앞으로 자연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겠지만, 정부는 신혼부부를 언급했다"며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인구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기반 시설에 대해 별 이야기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동네 지역 사람들은 앞으로 유발될 수 있는 모든 문제점들에 대해서 정부가 해결책도 없이 주택 증가 정책을 발표했다는 점에 굉장히 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학교·교통·상하수도 등 고려 안해"
 
사무실을 방문한 지역 주민 B씨도 "결론은 정부가 문제다. 왜 기존에 정해진 물량보다 '플러스'를 하느냐"고 거들었습니다.
 
30일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주민 김모(70대·여)씨 역시 "솔직히 이 지역에서 30년 살아온 입장에서는 업무지구 주택이 늘어나면서 우리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싫다"면서도 "업무지구 주택들도 기존보다 좁아질텐데 정부가 무작정, 서울시와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주택을 밀어넣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업무지구 주변 지역에서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업무지구 주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개별 주택의 너비가 줄어든다는 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서울시는 업무지구에 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아파트는 3500가구, 오피스텔은 2500실이며 이들의 평균 너비는 35평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을 늘리기로 하면서 주택평형 비율 조정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평균 너비가 28평형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더군다나 공동주택의 경우 임대주택 비율 증가도 유력한 상황입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부지면적 30만㎡ 이상 100만㎡ 미만의 개발계획은 상주인구 1인당 6㎡ 이상의 도시공원 또는 녹지를 확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지구는 45만6099㎡이며 이 중에서 공원과 녹지는 8만6804㎡입니다. 상주 인구가 1만2300명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1인당 공원과 녹지 면적은 7㎡ 정도입니다. 인구가 2100명가량만 늘어도 6㎡ 미만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도시개발법 시행규칙은 임대주택이 전체 공동주택 호수의 35% 이상일 때 면적을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동주택 3500가구에서는 임대주택 비중이 최대 25%(875가구)였습니다.
 
인당 공원·녹지↓…임대주택 25→35%
 
B 중개업소 관계자는 "28평형은 부부만 거주할 할 때 괜찮은 너비이지, 자녀가 있을 때 충분히 고려할 만한 너비는 30평대"라며 "평수가 줄어들면서 주거 환경의 다양성이 줄어들까 걱정스럽다"고 했습니다.
 
자칫하면 새로 들어설 주택드릐 주거의 질이 떨어지면서도 비싸기만 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있습니다. C 중개업소 관계자는 "만약 여기서 임대주택이 장기전세임대주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임대주택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 시세의 80%로 싸게 전세금을 설정한다고 해도, 28평이라고 했을 때 전세금이 1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주민분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9일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상지는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서울시는 8000채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번 정부 발표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용산구도 이날 낸 입장문에서 "주택 공급 정책은 주거환경은 물론 교육여건, 교통체계, 기반시설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치구 및 주민과 어떠한 공식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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