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 연대기)①정부, 제약사 앓는소리에도 "가장 효과적"
산업계, 일괄인하 이후 노출기업 매출 34% 감소 추정
정부 "사후관리 정책 중 가장 효과적…약품비 비중↓"
2026-01-26 14:35:04 2026-01-26 15:40:19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14년 만의 약가제도 개편 시행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산업계는 직전 '약가 일괄 인하' 정책 이후 매출 공백으로 위기감을 느낀 제약기업이 외국계 회사와의 공동 판매를 늘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학계 분석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의약품 사후관리 정책 중 약가 일괄 인하가 가장 효과적이었다며 산업계와는 정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7월부터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인 제네릭 약가를 40%대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약가제도는 크게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전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기 △일괄 인하 시기로 나뉩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이뤄지기 전인 2006년 12월 28일까지 5번째로 허가받은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80%에 해당하는 약가를 보장받았습니다. 6번째 이후 제네릭 약가는 최저 약가 제네릭의 90%로 산정됐습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기에는 5번째 제네릭까지 오리지널의 68%를, 특허 만료 오리지널에는 80% 약가를 책정했습니다. 2012년 일괄 인하 이후에는 제네릭 등재 후 첫 1년간 오리지널의 59.5%로 조정했습니다. 특허 기간이 지난 오리지널 약가는 70%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허 만료 1년이 지나면 제네릭 약가는 53.55%로 인하됐습니다.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향남제약공단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노사 현장 간담회. (사진=뉴스토마토)
 
신약 동력 키우려는 정부 vs "기업 고사" 방어막 친 산업계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는 신약 위주의 생태계를 구축하라는 의미를 담아 산업계에 던진 일종의 메시지입니다. 급여의약품 등재 품목의 약 90%를 차지하는 제네릭 약가를 조정해 제약기업의 사업 구조를 신약 개발 위주로 바꾸라는 의도가 담긴 겁니다.
 
산업계는 매출 감소를 이유로 저지 노선을 구축했습니다. 실제로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한 제약기업의 매출 감소세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강창희 중앙대 교수, 전현배 서강대 교수, 최윤정 연세대 교수는 2024년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테에 미치는 영향' 리포트에서 96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매출이 지속 증가하다가 2012년 일괄 인하로 영향을 받은 '노출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는 2013년도 약가 인하 노출 기업의 매출액을 미노출 기업 대비 약 34% 감소시켰으며, 2019년까지 약 26~51.2%의 매출 감소 효과가 지속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집필진은 제약기업이 제네릭 약가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공동 판매 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봤습니다. 이들은 "다국적사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게 돼 코프로모션(공동판매)은 국내 제약기업에게 매출 감소의 방어책 중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수입 의약품의 코프로모션 증가는 의약품의 다양화 등의 장점을 가지나, 약가관리의 영역 밖인 오리지널 의약품의 증가로 소비자 약품비와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른 공동 판매가 증가한다는 주장은 최근 제약기업 노동조합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이동인 동화약품(000020) 노조위원장은 지난 22일 향남제약공단 한국제약협동조합에서 열린 노사 현장 간담회에서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이후) 수입의약품의 코프로모션 비중이 늘었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의 보장성은 악화했고 의료비 지출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약가 일괄 인하 추켜세운 심평원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건보 재정을 갉아먹을 것이란 산업계 주장과 다른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3년 심사평가정책연구소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의약품 사후관리 정책 중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심평원이 약가 일괄 인하 정책에 후한 점수를 준 배경은 약품비 비중 감소입니다. 약품비는 건보 급여 중 약제 비용을 뜻합니다. 심평원은 이 기간 약품비가 199억100만달러에서 275억5400만달러로 증가하긴 했으나 오히려 약품비 비중은 6.3%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약품비 비중이 높아질수록 건보 재정이 많이 투입된다는 뜻인데, 약가 일괄 인하로 이 비중이 줄어들어 실재 재정 투입은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한 건보 재정 부담 완화 의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 추진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뒤 "정부는 제약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면서도 약제비 부담은 완화하기 위한 약가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을 추진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약가제도 개편안은 다음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서 의결될 예정입니다. 산업계는 의결 전까지 제네릭 약가 인하에 반대하는 제약기업 경영진과 현장 목소리를 담아 정부에 전달할 방침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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