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정부가 낮 시간대에는 산업용 전기료를 인하하고, 저녁과 밤 시간대에는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자 산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아직 구체적인 요율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전기료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기대가 함께 실질적 인하가 이뤄지길 바라는 모습입니다. 가전·자동차 등 주간에 공장 가동이 집중되는 업종의 경우 혜택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24시간 설비를 돌려야 하는 철강·석유화학 등 장치산업 중심 업종은 세부적 ‘요율’이 관건이라는 입장입니다.
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쇳물. (사진=광양제철소)
2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날 발표한 에너지 전환 분야 업무 계획을 통해 저녁과 밤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료는 지금보다 올리고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올해 1분기 중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낮 시간대 급증하는 태양광 발전량을 산업계가 소화하도록 유도하고 전력 수요를 분산해 전력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입니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산업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168원입니다. 여기에 요금 인상분을 고려한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는 180~185원대로 추산됩니다. 그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밤 시간대 요금이 낮 시간대보다 저렴하다는 공식을 유지해왔습니다. 낮에 몰리던 전력 수요를 밤으로 분산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밤 시간대 요금은 낮 시간대 대비 35~50%가량 저렴한데,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업종은 이 시간대를 적극 활용해 전력 수요가 큰 공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번 개편이 추진될 경우 자동차·가전 등 낮 시간대를 주력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업종은 전기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낮 시간 전기료 인하 방침은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며 “요즘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력 비용 절감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면 기업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 역시 “세부적 요율 변동폭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섣불리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전기료 인하로 비용 절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반면,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업종의 경우는 원가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낮 시간대 할인 폭보다 저녁·밤 시간대 인상폭이 생각보다 클 경우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먼저 반도체 업계의 경우에는 일단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24시간 공장 가동 시 클린룸 등 생산 자동화 설비 유지를 위한 전력 소모가 낮과 밤 무관하게 일정해 큰 부담이 없지만, 인상과 인하 요율에 따라 부담이 늘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24시간 공정이 돌아가지만 낮과 밤의 전력 소모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이번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조삼모사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밤 시간대 전기료 인상 비용이 커진다면 부담이 더 가중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철강과 석화업계는 변화에 따른 영향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철강과 석화업계 모두 생산원가에서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심야에 전기를 몰아 써서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기에 향후 세부 내용 발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두 산업 모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조업 시간대를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로 심야 산업용 전기료 인상 시 부담을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우 전력 안정성이 떨어져서 사용 여부를 긴밀히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 공장을 돌리는 것이 유리할지 대응 방안을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결국 요율이 중요한 상황으로 낮 시간대 조금 낮추고 밤 시간대 많이 올리면 결국은 인상 효과가 발생되는 것”이라며 “주력산업에 대한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실질적 인하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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