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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넘어 비대면 법인 영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혁신 서비스와 금리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지형을 뒤흔들었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확장이 이번에는 기업금융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전통은행들이 '법인 영업 텃밭' 사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B토마토>는 인터넷은행의 법인 영업 진출 배경과 구체적 전략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전통은행이 법인 영업 텃밭을 사수하고 나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비대면 법인 영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은행은 법인 영업의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가계대출 시장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사진= 각 사)
RM 중심 영업…견고한 진입장벽
12일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은행권의 기업 대출 총액은 1425조5845억원이다. 1년 전인 2024년 3분기 1380조4082억원에서 4517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금은 3분기 기준 735조1593억원으로 전체 기업여신 잔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에 국한돼 있다. 일반 은행의 경우 기업일반자금을 비롯해 개별 기업여신상품을 일반 기업과 소상공인 대출로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다. 기업 규모와 업종,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온 셈이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통은행은 기업금융전담역(RM)을 통해 중소 기업에 대한 법인 영업을 견고히 해왔다. RM이란 단순히 여신 실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업금융 전문가로서 자문역할도 수행한다. 업무에는 자금 조달과 운영 상담, 수출입업무부터 투자자문, 세무, 법률자문이 포함된다.
특히 RM제도는 전통은행 법인 영업의 중심이다. 지점마다 일정 인원의 RM을 배치해 기업과 관계를 형성하고,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거래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기업마다 전담 RM이 배정돼 경영 전반에 도움을 준다. 개인 고객 영업은 방문한 고객이 대상이라면 법인 영업은 우량 기업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내점보다는 외부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잦다.
물론 지점에서 거래를 시작하는 기업 영업도 있다. 주로 운전자금대출이나, 시설자금대출 등을 위해 법인 담당자가 은행을 찾는 경우다.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수신과 급여 등 거래 범위를 확장시킨다. 전통은행이 법인 영업을 끊을 수 없는 이유다. 법인 영업이 줄어들면 단순히 여신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저원가성 예금과 더불어 기타 거래도 끊어진다. 비이자수익도 마찬가지다. 외환거래나 파생상품, 인수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부수적인 영업과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법인 영업은 특히 기업 오너와 같은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와도 연계 가능하다. 4대 시중은행은 모두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골드앤와이즈, 신한PWM패밀리오피스, 하나클럽원, 우리투체어스가 대표적이다. 여신을 기반으로 묶인 상품들을 영업하면서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기업 자금 흐름을 은행 내부에 묶어두는 것이 곧 개인 금융까지 포괄하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가계대출처럼 당할 수 없다"…경계심 여전
은행권은 법인 영업이 주로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만큼 인터넷은행의 진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은행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업여신 플랫폼을 앱 내에서 따로 제공하는 등 전문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다 기존 방식에도 변주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RM제도 개편도 잇따른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RM 원팀 제도를 도입하면서 담당 영업점과 권역 제한을 완화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2024년 말부터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RM지점장을 추가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기업전문가 지점장 제도를 운영하고 증권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이엠뱅크의 경우 퇴직자를 재고용해 기업금융전문역(PRM)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은퇴한 지점장 등 전문 인력의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해 지방 중심이었던 대출 포트폴리오를 수도권으로 넓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진입 시도에 대한 긴장감은 숨길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 등도 여전히 일반 은행 비중이 크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상품을 출시한 이후 확대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 뒤, 대환대출까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적 이점이 있어 고객이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2024년 1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 가운데 62%가 대환대출을 통해 유입됐다. 해당 규모만큼 기존 대출을 취급하던 은행에서는 대출을 빼앗긴 셈이다.
전통은행은 경쟁이 불가한 구조로 보면서도 동향을 살피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법인 영업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대면 영업은 제한돼 있으며, 가계대출과 다른 법인 신용평가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법인 영업은 단순히 여신에 그치는 것이 아닌,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거래도 상당해 은행 입장에서는 중요한 거래"라면서 "법인 영업의 경우 신용 평가 방식이 가계대출과 달라 구조를 쌓아 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기존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성향도 엮여있어 진출 후에도 정착이 어려울 것"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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