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신탁위기)③NCR 규제가 만든 신탁사 생존 '기준선'
지주계는 완충·독립계는 한계…NCR 규제가 만든 자본 격차
무궁화는 붕괴·하나는 유지…신탁사 생존 기준 판가름
2026-02-24 06:00:00 2026-02-24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0일 10: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부동산신탁업 전반에 구조적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온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대손충당금 확대와 자본 부담이라는 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상황이다. 한때 수익의 원천이었던 구조가 이제는 리스크의 출발점으로 작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의 책임준공 관련 판결과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 강화가 더해지며 신탁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제도와 판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신탁사의 재무 구조와 사업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B토마토>는 신탁업계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수익성 둔화, 회계 부담 확대, 자본 압박의 흐름을 따라가며, 부동산신탁 비즈니스가 현재 어떤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2025년부터 시행된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로 부동산 신탁업계의 판이 달라지고 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을 자기자본 한도 안으로 묶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업을 하느냐보다 그 위험을 감당할 자본이 있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있는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은 증자나 선별 수주로 규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독립계 신탁사들은 신규 사업이 막히고 구조조정 압박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단순한 건전성 강화가 아니라, 신탁사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기 동탄 지식산업센터 신축사업 (사진=하나자산신탁)
 
자본 격차가 만든 온도차…지주계는 완충, 독립계는 긴축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5년 7월부터 토지신탁 유형(관리형·차입형)에 상관 없이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모든 토지신탁을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산정 시 '위험액'에 반영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신탁사가 각종 사업에서 떠안고 있는 위험에 비해 실제로 버틸 수 있는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아질수록 손실 발생 시 이를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 등 감독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NCR 규제 체계를 강화해 책임준공 의무가 있는 토지신탁을 모두 '위험자산'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토지신탁 총 예상 위험액이 자기자본을 넘지 못하도록 별도의 상한도 설정했다. 해당 한도는 2025년 말 150%에서 2026년 말 120%로 낮아진 뒤, 2027년 말에는 자기자본의 100%로 고정된다.
 
이는 신탁사가 단기간에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접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두되, 해마다 허용 범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초기에는 자기자본보다 많은 위험을 안고 토지신탁 사업을 할 수 있지만, 2027년 말부터는 '자기자본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만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운영하도록 기준이 고정된다. 결국 자본 여력이 부족한 신탁사는 사업 확장이 제한되고, 자본이 충분한 신탁사만이 개발형 토지신탁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부동산신탁사의 자본 양극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대기업 계열 신탁사들은 증자나 내부 유동성 지원, 그룹 신용을 활용한 자금 조달을 통해 규제 충격을 흡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반면 독립계·취약 신탁사들은 동일한 규제 변화가 곧바로 영업 축소나 매각(M&A)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구조가 가진 위험 노출이 자리하고 있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은 시공사나 시행사가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그 부담이 신탁사로 넘어가는 구조다. 책임준공 확약을 맺은 신탁사가 대출 원리금이나 지연손해금까지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둔화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이 본격화되면서, 물류센터·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 같은 위험이 현실화됐다. 그 결과 신탁업권 전반에서 충당금이 급증하고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문제는 당시 건전성 규제가 이런 위험을 선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책임준공이라는 본질적 위험은 같았지만, 관리형과 차입형이라는 계약 형식에 따라 규제 적용이 달랐고, 특히 차입형에 책임준공 확약이 결합된 '혼합형' 구조는 NCR 위험액 산정에서 빠지는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는 위험이 빠르게 쌓이고 있었음에도, NCR 지표에는 그 부담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와 현실의 괴리가 위기 국면에서 한꺼번에 충당금과 자본 부담으로 폭발하며 신탁사들의 재무를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NCR 규제의 출발점이 된 사례, 무궁화신탁
 
NCR 규제가 논의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신탁사가 무궁화신탁이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위험이 자본 규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금융당국이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거론돼 왔다.
 
무궁화신탁은 감독당국이 '가장 취약도가 높은 신탁사'로 분류해 관리하던 중, 2024년 8월 말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2024년 9월 말 기준 NCR은 69%로 확인됐고, 이는 회사가 보고·공시한 125%에서 자산건전성 재분류와 위험액 과소계상 등을 시정한 결과라고 금융위원회는 설명했다. 이 수치는 감독 기준인 100%를 밑도는 수준으로, 결국 무궁화신탁에는 경영개선명령이 내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무궁화신탁의 부실 원인으로 대주주가 개인인 구조에서 자본확충 여력이 부족했던 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무리하게 확대한 점, 고금리 자금조달 등 리스크 관리 실패가 겹쳤다고 지적했다. 이후 2024년 말 기준 NCR이 -225%까지 악화되고 대규모 순손실과 자본 감소가 나타나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위험이 단순한 규제 수치 문제가 아니라 신탁사의 순자산과 영업용순자본을 직접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반면 하나자산신탁은 같은 거시 환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한 신탁사로 알려져 있다. 하나자산신탁의 NCR은 최근 수년간 대체로 800~900%대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당국의 최소 기준인 15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시기에도 자본 완충력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NCR 규제 문맥에서 대조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익스포저(위험 노출도) 규모가 작다고 보긴 어렵지만, 현재까지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례는 없었고,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사업장도 일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의 배경으로 하나자산신탁이 지주계 신탁사라는 구조적 특성을 꼽는다. 하나자산신탁은 하나금융지주 계열로, 자본 확충 여력과 함께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체계를 공유하고 있어 규제 강화 국면에서도 상대적인 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이미 2022년부터 비중을 축소해 왔고, 최근에는 사실상 신규 수주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NCR 규제 때문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던 시기에 사업성 판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책임준공형 사업장이 일부 남아 있지만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있고, 올해 이후에도 남는 사업장 역시 리스크가 크게 부각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책임준공 리스크가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이번 NCR 규제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더 이상 외형 확장 수단으로 보지 말고, 자본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리하라는 신호"라며 "자본 여력이 있는 신탁사와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가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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