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나리오는 보복 관세 '슈퍼 301조'
USTR, 비관세 장벽 '정조준'…301조 조사 현실화 우려
2026-02-23 18:14:34 2026-02-23 18:57:2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른바 '슈퍼 301조' 발동이 될 전망입니다. 이는 개별 사안을 넘어 한국의 무역 제도 전반을 협상 대상으로 묶는 통상 압박입니다. 미 하원 법사위에서 열리는 쿠팡 청문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01조 조사 앞 '미국 청문회'…다시 전면 선 '쿠팡'
 
2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청문회를 앞두고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 정부 기관과의 통신 기록이 담긴 문서와 영상 수천 건을 미국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일부 여당 의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상대로 욕설하며 "몽둥이가 모자라다"고 발언한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 영상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 규제를 '미국 빅테크 차별'로 규정한 가운데 열리는 것으로, 위원회 차원의 보고서 발표와 공개 청문회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사실상 미국무역대표부(USTR) 조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최대 악재입니다. 공화당 소속인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지난 5일 공개한 서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제재와 고액 벌금을 요구했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을 적시했습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등 규제 입법에 대한 우려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쿠팡 표적화와 미국인 임원에 대한 기소 가능성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불필요한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지난해 11월 한·미 합의에서 명시된 '미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의무'를 겨냥한 문제 제기로, 향후 통상 압박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의회 이슈가 무역 보복으로 이어진 전례가 여러 차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미 의회가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미국 기업 차별" 문제로 집중 제기하자, USTR은 이를 근거로 곧바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보복 관세 부과 검토 단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슈퍼 301조' 뭐길래…단순 보복 아닌 '국가 지정 압박'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 든 관세 압박 카드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크게 2가지입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국가안보 요건이 필요한 232조보다 적용 범위가 넓고 절차상 활용이 용이한 301조가 현실적인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전반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 디지털 규제, 약가 제도, 플랫폼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슈퍼 301조는 특정 불공정 행위를 겨냥하는 일반 301조와 달리, 국가 자체를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정해 시장 개방 요구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절차입니다. 일단 지정되면 상시 협상·감시 대상이 되며, 여러 분야에서 301조 조사가 이어지면서 국가 전체가 장기간 시장 개방 협상을 요구받는 구조입니다.
 
실제 1989년 미국은 공공조달과 산업 규제 등 시장 장벽을 문제 삼아, 일본을 슈퍼 301조 대상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반도체·위성·공공조달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시장 개방 협상이 동시에 추진됐고, 일본 정부는 위성 조달 시장을 외국 기업에 개방하고 공공조달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자체를 바꾸는 양보를 해야 했습니다.
 
다만 외교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발동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규제와 플랫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경우,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최후의 압박 카드로 다시 거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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