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아닌데 2개월 계좌 동결…통신사기피해환급법 혼선
2026-02-26 16:03:37 2026-02-26 16:12:32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보이스피싱 연루 의심을 받은 은행 계좌가 동결됐다가 계좌 명의자의 이의 제기에도 즉시 풀리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해석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계좌 명의자의 이의 제기가 있으면 지급정지와 전자금융거래제한을 즉시 해제해야 하는지 혼선을 줄이려면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급정지 해제' 조건 해석 엇갈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좌 명의인 A씨는 최근 본인 명의 하나은행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제한 조치를 받았습니다. 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신고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돈이 여러 사람의 계좌를 거쳐 장인 계좌를 통해 김모 씨 계좌로 30만원 가량이 송금된 것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A씨는 수년 전 장인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아온 것이라며 범죄와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12월 6일 최초 지급정지된 이후 같은 달 1차 이의제기를 제출했으나 반려되자 1월12일 가족관계증명서와 10년간 금융거래내역, 대출 실행 자료, 채무자 확인서 등 2차 이의제기을 제출했습니다. 이 계좌는 이후 2월10일에야 지급정지가 해제됐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8조 제1항 제2호는 '제7조 제1항에 따른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금융회사 및 금융감독원 이 지급정지·채권소멸절차 및 전자금융거래제한을 종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합동 김영민 변호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는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라고만 돼 있을 뿐 금융사의 수용 결정을 요건으로 한다는 표현은 없다"며 "형식적 접수만으로 종료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판례를 예시로 들기도 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5421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누40798 판결, 대법원 2019두63171 판결을 보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채권소멸절차 종료 사유를 금융회사 또는 감독당국의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명의인의 이의제기가 있으면 종료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판결에서는 특히 △2개월 내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예금채권이 자동 소멸되는 불합리 △이의제기 명의인은 소멸 채권 환급을 청구할 수 없는 구조 △재산권 과도한 제한 가능성 등을 고려했습니다.
 
은행 "이의제기 있더라도 요건 심사해야"
 
반면 하나은행은 이의제기 접수와 요건 충족 후 승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은행 측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5조 및 제7조에 따라 이의제기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반려될 수 있으며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제8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이의제기 사실을 통보받은 날부터 2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사진=뉴시스)
 
전자금융거래제한에 대해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의2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하는 제도에 따른 것이며 금융사는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안 역시 보완 자료 제출 후 요건 충족이 확인돼 수용 처리됐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A씨측은 "문제는 지정 자체가 아니라 종료 시점"이라며 "은행이 자체 심사를 통해 반려하고 감독당국에 이의제기 접수 통지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종료를 지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A씨뿐만 아닙니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는 최근 모르는 돈이 계좌에 입금된 뒤 반환 요청을 했음에도 하나은행 계좌가 지급정지되고 비대면 거래까지 제한됐습니다. B씨는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수사기관에 소명 절차도 거쳤지만 해제 시점과 요건에 대해 은행 직원마다 설명이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법제도 명확성 확보해야"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제8조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를 둘러싸고 해석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법 문언 그대로 이의제기 접수 즉시 종료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과 형식적 접수만으로 자동 해제될 경우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습니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피해자 보호와 명의인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구조"라며 "제8조에 명시된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가 단순 접수를 의미하는지 실질 심사를 전제로 하는지 문언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체 없이'라는 표현이 즉시 해제로 읽힐 여지도 있지만 실제 행정 실무에서는 자료 진위 확인과 판단 과정이 수반된다"며 "전자금융거래제한이 특정 계좌에 한정된 조치인지, 명의인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제한까지 포함하는지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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