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이 골칫거리고 집이 애물단지입니다. 여러 채 있어도, 똘똘한 한 채를 가지고 있어도 걱정입니다.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습니다. 집 없는 사람은 걱정이 큽니다. 임대로 살지, 집을 사야 할지 고민입니다.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모두 막혀 전세든 매수든 만만치 않습니다. 집값 하락기에 집을 샀는데 산 가격보다 집값이 내리면 가슴이 아픕니다. 비인기 지역에 집 한 채 보유하고 거기에 오래 사는 사람이 제일 속 편하리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집은 가격이 오르지 않습니다. 다른 곳은 다 오르는데 내 집만 안 오르면 그것도 속이 터집니다.
우리 국민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집 문제, 언제나 해결될 수 있을까요? 젊은이들은 집 사기가 무서워 결혼을 안 한다고 합니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책 실패만 남발해 역효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수요 억제 정책은 매물 잠김과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해 거꾸로 집값만 올렸습니다. 공급 확대 정책은 개발 바람을 불러일으켜 지가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키웠습니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상실해 시장에 지고 맙니다. 부동산은 최대 난제이며 어떤 정부에서든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다주택자를 전방위로 압박하며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합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투기 세력을 억누릅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집값 상승의 불씨를 차단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공급 대책도 추진합니다. 과거와 색다르게 주식시장을 띄워 부동산 자금을 주식투자로 돌리려 합니다. 부동산 공화국을 극복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고 여러 부처가 다각도의 수급 대책을 추진하며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자신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정책 수순과 내용은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도돌이표처럼 실패하는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몰라 처방이 잘못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집값 상승은 수요 구조가 아니라 공급 구조에 기인합니다. 그걸 그대로 두고 수요만 억제하니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소유권을 분양해 공급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과거에 강남을 비롯한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를 개발하며 정부는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되는 비용을 수분양자에게 떠넘겼습니다. LH가 토지를 조성해 건설사에게 넘기면 건설사는 선분양해 먼저 돈을 챙기고 공사에 착수합니다. 투기 열풍이 불어야 대단위 아파트 분양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주택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기반시설을 일거에 구축하는 방법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분양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 뒤에 신축 아파트 부지가 고갈되니 도시정비사업으로 탈바꿈해 다시 투기를 부추깁니다. 바로 재건축과 재개발입니다. 이름이 주택건설사업이 아니라 도시정비사업인 것이 흥미롭습니다. 주택과 같은 건축물을 개량해 건설하며 도시의 기반시설을 정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정부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국민의 비용 부담으로 주택을 건축하고 기반시설을 깔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수요를 억제하면 재건축과 재개발이 지지부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수요 억제 대책의 딜레마입니다.
LH는 투기적 토건 세력에 편승해 토지와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공공기관입니다. 공급 대책으로 몇백만 호를 짓는다는 명분으로 신도시를 건설하며 개발 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부동산 가격을 억제한다고 하면서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지방에 이전하는 정책을 동시에 펼친 것입니다. 당시에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수십 개를 건설한다며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방 곳곳의 토지를 대규모로 매수했는데, 그 토지 대금이 강남 아파트에 몰리며 서울 집값을 올려놓은 것이지요. 이번 정부에서도 대규모 공급 대책을 추진하고 공공기관도 추가로 지방 이전한다고 하니 과거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처럼 개발 시대의 전근대적 주택공급 구조를 그대로 두고 수요만 건드려서는 절대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재명정부에서는 공급 구조를 어떻게 접근해 혁신하고 개선할지 심히 궁금합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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