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 현장에 현대차그룹이 소방청에 기증한 무인 소방 로봇이 실전 투입돼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 지원을 수행했습니다. 단순히 편리함을 위한 로봇 기술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첨단 재난 장비로 자리매김하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문평동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로봇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숨지고 중상 25명·경상 35명 등 총 7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무인 소방 로봇이 냉각 작업과 인명 수색 지원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철골 구조물의 열변형으로 인한 붕괴 위험을 이유로 인간 구조대원의 진입보다 무인 로봇을 먼저 활용해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구조대원이 발을 들이기 전에 로봇이 1시간가량 앞서 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공기나 물과 접촉하면 폭발 위험 큰 나트륨을 취급하는 특수 사업장으로, 일반적인 진화 방식 적용이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입된 무인 소방 로봇은 현대차그룹이 소방청과 공동으로 개발한 원격 화재 진압 장비입니다.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 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방수포, 자체 분무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원격 제어기 등을 탑재해 제작됐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문평동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불이나 무인 소방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 영상 캡쳐)
이 로봇이 일반 장비와 구별되는 핵심은 극한 내열 성능입니다. 자체 분무 시스템이 장비 주변에 미세 물 입자를 분사해 수막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섭씨 500~800도 환경에서도 내부 온도를 50~60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전면 방수포는 직사와 방사 형태를 모두 지원해 화재 유형에 따른 맞춤 대응이 이뤄집니다. 6륜 독립 구동 인휠모터 시스템을 갖춰 화재 잔해나 장애물이 많은 현장에서도 안정적인 원격 주행이 가능하며,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발화점과 구조 대상자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전 투입을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을 넘어 재난 대응 최전선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자율주행, 전동화, 원격 통신 기술이 재난 대응 영역으로 접목되면서 모빌리티의 개념이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위험을 대신 감수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소방청에 무인 소방 로봇 기증하는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소방관의 안전 확보를 기술 혁신의 방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현장에 투입된 무인 소방 로봇을 조종하고 있는 모습. (사진=소방청 제공 영상 캡쳐)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 운용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2년간 총 4대를 현장에서 운용하며 피드백을 수집해 성능 고도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장비 경량화, 배터리 지속 시간 개선, 자율주행 보조 기능 고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소방청도 3년간 50대 이상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100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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