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어디로?…농민신문 사장 인선 '복마전'
2026-03-31 06:00:00 2026-03-31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농협중앙회 산하 농민신문 사장 인선이 복마전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방만 경영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장 후임 자리에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농협 개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혁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인사들이 이름을 올리면서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금수수 의혹' 연루자 후보군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산하 농민신문은 현재 차기 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만 경영 논란에 휩싸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김정식 전 농민신문 사장은 지난 1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각각 농민신문 회장 겸직과 사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습니다.
 
다만 후임 사장 인선 과정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차기 사장 후보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요. 경찰은 농협중앙회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유 전 부회장을 핵심 가담자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유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으며 의혹 제기 무마 시도 등 사유를 집중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전 부회장은 과거 NH투자증권 사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던 인물입니다. NH투자증권은 상장사이지만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로 이어지는 이중 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유 전 부회장을 NH투자증권 대표 후보로 추천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앙회의 계열사 인사 개입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당국이 자제를 요구한 전례가 있습니다. 
 
퇴직자 신분인 유 전 부회장이 다시 사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까지 따라붙고 있습니다. 유 전 부회장은 충청권 인사로 분류되는데, 강 회장과 직접적인 지역 연고는 없지만 선거 과정에서 충청권 표심 확보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회장 선거는 전통적으로 영남과 호남 간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습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은 농협이 추진 중인 개혁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주요 계열사와 중앙회 요직을 거친 인물이 다시 산하기관 수장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조직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농협 개혁 방안의 핵심으로 중앙회의 인사 개입 차단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계열사와 산하기관 인사에서 중앙회 영향력을 축소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농협 한 관계자는 "내외부에서는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뇌물 수수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들이 오르는 것을 보면 개혁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특별감사 결과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유 전 부회장 추대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건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농민신문 차기 사장 후보군에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협 개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과거 인사 관행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개혁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개혁 동력 약화 우려
 
농협 개혁은 현재 정부 주도의 외부 견제와 농협 내부의 자정을 병행하는 구조입니다. 정부안은 농협중앙회와 회장의 권한을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농협 자체안은 내부 혁신에 속도를 내는 수순입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월 외부 전문가 중심의 개혁 논의 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자체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위원회는 현직 조합장이 출마할 경우 사퇴를 의무화하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습니다. 범농협 임원 선임 시 재취업 제한 기준을 강화하고, 외부 추천 채널을 확대하는 등 인사 제도도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재취업 제한 기준은 권고안 채택 즉시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뇌물 수수 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사가 농민신문 사장 후보에 오르면서 내부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농협 내부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직 쇄신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문제 인사들이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특별감사에서 임직원들이 공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것을 적발했다며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농민단체를 비롯해 내부 노동조합에서는 '셀프 개혁'으로는 부족하다며 임원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앙회장과의 인연을 후광으로 두거나 한 자리 차지하려는 시도는 농협 개혁 이미지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 회장 겸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김정식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사장 인선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금품 수수 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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