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130억원 규모 경유 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했던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공제회)의 해당 펀드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채 청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반면, 펀드의 자산관리자였던 iM증권(구 하이투자증권)은 공제회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10여년을 끌어온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습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펀드 수탁은행(NH농협은행)이 iM증권 등을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 패소로 막을 내리자 2023년 최대 출자자인 공제회가 직접 iM증권에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최근 2심도 공제회가 패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iM증권이 자산관리 위탁계약 등을 맺은 대상은 수탁은행과 수입업자일 뿐, 펀드 투자자인 공제회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공제회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공제회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지난 3월25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소송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31일 해당 펀드마저 수익자 전원 동의로 전부 해지됐습니다. 반면, iM증권은 이번 확정판결을 통해 2015년 첫 피소 이후 줄곧 발목을 잡아온 130억원대 펀드 횡령 사건의 우발채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해당 펀드는 2014년 조성되자마자 기초자산에 탈이 났습니다. iM증권 소속 직원이 경유(펀드 기초자산) 원격출고관리시스템의 비밀번호를 사무실 컴퓨터 앞 메모지에 기재한 게 발단입니다. 당시 iM증권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이를 우연히 본 수입업체 실사주는 시스템에 무단 접속했습니다. 이후 실사주는 2014년 10월14일부터 20일경까지 297회에 걸쳐 총 686만4373리터(시가 약 82억9791만원 상당)의 경유를 몰래 빼돌려 처분했습니다.
공제회 측은 메모지의 비밀번호가 도용돼 무단 출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제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iM증권 직원의 허술한 메모 관리가 실사주의 비밀번호 취득과 무단 출고로 직결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 사채 인수 대금 총 130억원 중 100억원을 출자했던 공제회는 실물 담보가 사라지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2023년 1월 기준 해당 펀드 내 잔여 현금은 약 1억4209만원에 불과해, 100억원을 투자한 공제회가 이 펀드 청산을 통해 최종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예상 금액은 약 1억900만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번 판결은 기관투자자들의 실물자산 대체투자와 사모펀드 구조의 맹점을 노출합니다. 통상 사모펀드는 '투자자-자산운용사-수탁은행-자산관리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다단계 구조로 얽혀 있습니다. 펀드 기초자산에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금융사들은 이러한 법적 계약 관계 속에 직접적인 배상 책임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이 사건 펀드 역시 최대 투자자인 공제회가 실무 자산관리자에게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태로 설계된 것이, 사법적 구제에서도 소외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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