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덮친 ‘성과급 청구서’…하투 앞두고 긴장감 ‘고조’
‘실적 훈풍’ 조선·방산, 성과 공유 요구↑
‘부진’ 철강·석화도 성과급 전선 가세
“변동급 중심 보상체계, 논쟁 키웠다”
2026-06-04 13:42:57 2026-06-04 14:39:16
[뉴스토마토 박창욱·이원진 기자] 반도체 산업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쟁이 중후장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시즌을 앞두고 노조 측은 실적 개선에 따른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 측은 업황과 재무 부담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대규모 파업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과급 요구가 올해 하투(여름 파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지난 2일 HD현대중공업 노사 관계자들이 울산 본사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개최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정규직에 하청·협력업체 활용 몫"
 
최근 국내 조선업계 ‘맏형’ 격인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 배분 재원으로 요구하면서 올해 조선업계 임단협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 열린 노사 상견례에서 관련 요구안을 사 측에 공식 전달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협상 흐름이 다른 조선사 임단협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쳐온 만큼,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노조도 이달 예정된 상견례에서 비슷한 요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들은 영업익의 10~20%가량을 성과 배분 재원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경에는 조선 업황 회복이 있습니다. 올해 1분기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71%, 122% 늘었습니다.
 
다만 노조 측은 영업익 30% 배분 요구가 단순히 정규직 성과급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해당 재원을 정규직뿐 아니라 사내하청과 협력사 인력까지 포함한 전체 생산 인력의 기본급·상여금, 안전·장비 개선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구조적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방산업계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방산 빅4’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D&A·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난해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0조4526억원, 4조632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노조 측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 요구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현대제철, 현대차 불황 때 실적 기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1% 인상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 노조 역시 임금 6.8%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임금협상 타결이 불발되면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지난달 28일 1차 조정 회의가 결렬됐고, 이달 11일까지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방산업계는 노동법상 쟁의행위에 제약이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 신청을 즉각적인 파업 수순이라기보다 임단협 과정에서 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LG화학이 청주 공장 매각 사업부 임시 휴업을 결정하자 지난 11일 LG화학 노조가 이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황이 좋지 않은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전년 대비 성과급 150% 인상 등을 요구했습니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과거 현대차가 불황이던 시기, 현대제철은 그룹 실적에 기여했지만 현대차보다 낮은 성과급을 받아온 만큼, 올해 요구안은 형평성을 따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석화업계에서도 성과급 관련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LG화학 청주·익산지회는 회사가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배당금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달라는 요구를 제기했습니다. 일반적인 성과급과는 다른 방식의 요구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철강과 석유화학 업황을 고려하면 노조 측 요구가 사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7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LG화학 역시 1분기 4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기업 자초한 측면도…파업은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급 논쟁을 단순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로만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본급보다 성과급 등 변동급 중심의 보상 체계를 확대해 온 만큼, 현재의 요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성과급 논쟁은 크게 보면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대기업들이 기본급보다 변동급을 확대해 온 보상 체계가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키운 배경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선이나 방산처럼 호황을 맞은 업종에서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업황이 악화된 업종의 임금·성과급 요구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파업 카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소장은 “국가 기간산업 성격이 강한 업종에서 파업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노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이원진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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