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관리의 삼성’은 옛말?
2026-06-01 16:20:01 2026-06-01 17:05:42
자칫 한국 경제를 뒤흔들 것으로 우려했던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이 일단락됐다.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 맞은 사상 초유의 총파업’이라는 위기를 가까스로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지만,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에게 남긴 상흔은 쉽게 아물지 않을 듯하다. 원 삼성기조가 무너져 내렸고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내부 갈등’은 비수가 되어 삼성전자의 심장을 날카롭게 겨냥하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노사 관계 정립에 실패했다.
 
사태의 본질은 예고된 위기였다는 점에 있다. 노조가 제기한 성과급 체계의 투명화 요구가 갑작스레 터져 나온 것이 아닌 까닭이다. 물론 경쟁사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 결정이 큰 영향을 준 점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이미 반도체 호황에 따른 호실적이 예견됐던 만큼, 삼성전자 경영진이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2024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파업 당시에도, 이번 사태도 노조의 불만은 성과급 체계의 투명화에서 기인했다. 결국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가 사태를 키운 셈이다. 사 측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사태 수습 과정이다. 커질 대로 커진 노조의 불만을 상쇄하지 못한 채 반년을 허송세월했다. 뒤늦게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소방수로 나섰지만, ‘총파업을 목전에 둔 노조의 불만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내부 노사 갈등을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 개입을 통해서야 타결이 이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단순 노사 관계조차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경영 원칙이 흔들렸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사 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마지막까지 고수했지만, 결국 파국 앞에 ‘1년 유예라는 타협점으로 두 손을 들었다. 당면한 파국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또 다른 내부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사람은 자기가 덜 받은 것보다 남이 더 받은 것에 항상 더 민감한 법이다.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있다고 한다면 무리한 지적일까.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임에도 총수 리더십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대국민 사과의 메시지를 빌어 교섭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한 점을 모르지 않지만,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조금 더 단호하고 실효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는 원론적 호소가 아닌, 불만을 잠재우고 조직을 결속시킬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제 삼성전자는 내부 갈등이라는 큰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의 성과를 어떻게 나누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물음도 여전하다. 관리의 삼성은 옛말이 된 것일까. 뼈아픈 실패를 뒤로하고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상생의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이 회장의 뉴삼성’은 내부 갈등을 슬기롭게 다스리는 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위기 너머 또 다른 위기, 지금이야말로 이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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