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일 만의 ‘평화’에 산업계 '안도'…갈길 먼 공급망 복구
산업계, ‘에너지 수급’ 숨통 기대감
훼손된 공급망 ‘변수’…낙관론 경계
2026-06-15 17:54:42 2026-06-15 18:07:54
[뉴스토마토 배덕훈·박창욱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에 공급 불안과 원가 부담으로 전전긍긍하던 산업계에 안도감이 감지됩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임박함에 따라 물류망 정상화와 유가 안정 등 핵심 에너지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큰 까닭입니다. 다만, 종전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협상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는 데다, 전쟁의 여파로 훼손된 공급망의 복구에도 상당 기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중동 정세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도 역력합니다. 학계에서는 공급망 정상화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계의 회복 탄력성을 위해 공급망 사슬의 다변화를 더욱 시급하고 촘촘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정유·석화 안도…일부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현지시각)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도 이날 모든 전선에서 영구적이고 즉각적인 종전이 선언됐다고 했습니다. 이로써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28일 대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영구 종전을 위한 60일간의 협상에 돌입하게 됩니다.
 
산업계는 이번 종전 합의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석달 넘게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재개를 통해 원유·가스 등 핵심 에너지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또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돼 유가, 물류비, 원가 상승 압박이 줄어드는 등 산업계 전반 경영 상황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특히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아온 해운 및 정유업계에선 긍정적인 기대감이 번집니다. 해협이 다시 열리면 그동안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선박 통항이 순차적으로 회복되고, 선사들의 배선 계획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아울러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수급선 다변화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전체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해 오고 있던 탓에 중동산 원유 수급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큰 까닭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면 원유 도입과 제품 수출 측면에서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며 원유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수혜 전망에도 가전업계 신중
 
다만 석화업계는 기대감 속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원료 수급 부담 안정이라는 수혜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묶여 있던 물량이 풀리게 되면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내려가고 수급 불안도 완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경쟁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요인으로 중국이 싼 원유를 확보할 경우 과거의 공급 과잉 구도로 돌아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또한 정유와 석화업계 모두 고가에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가 뒤늦게 생산에 투입되는 시차 탓에 불거지는 이른바 역래깅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수많은 선박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정세가 안정 국면으로 돌아서면 가전업계에는 수혜가 예상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가 중동 지역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어왔던 만큼, 정세 안정화에 따라 실적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물류비와 원가 상승 등의 이중 압박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가전업계에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가전업계는 유가, 운임, 환율 등이 원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매출이나 실적에 나쁠 것은 없지만, 단기적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정세나 동향 등을 고려해 전략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 가전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열리는 전략회의에서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는 16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중동 전쟁 등 최근의 글로벌 정세를 반영한 하반기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LG전자는 이달 중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 등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책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유가 하락 기대…항공업계 방긋
 
항공업계는 이번 종전 합의에 직접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힙니다. 항공사 운항 비용에서 유류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원유 수급이 안정돼 유가가 하락하면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까닭입니다. 또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만큼, 지정학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환율 안정도 항공업계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 기대감 등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국제 정세 변화 및 유가 추이, 수요 변화 등을 예의 주시하며 하반기를 대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60일간의 최종 협상이 어떤 결과로 흘러갈지 미지수인 탓입니다. 협상에는 이란 핵 처리와 제재 해제 등 민감한 쟁점이 담겨 있는 만큼 결론을 예단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중동 지역 공급망 훼손도 변수입니다. 전쟁 과정에서 파괴된 중동의 원유·가스 생산기지가 다시 정상 가동되고, 물류망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시간 소요가 불가피합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더욱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주변국의 기반 시설이 파괴된 측면도 있어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류비와 유가 상승 요인은 완화되겠지만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을 위한 다변화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현지 생산 설비 파괴에 따른 생산 재개 어려움에 더해 UAEOPEC(석유수출국기구) 탈퇴로 인한 국가 간 생산 마찰 가능성도 상존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더욱 촘촘하게 공급망 사슬을 관리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했습니다
 
배덕훈·박창욱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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