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 '30억원 안팎'이라는 새로운 기준선이 생겼습니다.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세부담을 계산하며 관망세가 이어지는 반면, 20억~30억원대 아파트가 몰린 한강벨트에서는 강남 대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문의는 늘었지만 거래는 신중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세제개편에 대한 반응이 지역별로 엇갈리는 것은 가격대와 보유 형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은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도와 보유를 저울질하는 반면, 성동·마포 등 한강벨트는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덜한 데다 강남 대체 수요 유입 기대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실거주 비중이 높은 동작 등 준상급지는 정책 영향보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더 크다는 평가입니다.
가장 분위기가 달라진 곳은 성동·마포 등 한강벨트입니다. 이들 지역은 이미 다주택자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된 데다 강남 대체 수요 유입 기대까지 겹치면서 집주인들도 가격을 서둘러 낮출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2단지 모습. (사진=홍연 기자)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금 때문에 싸게 내놓을 다주택자 물건은 이미 앞선 대책 때 대부분 정리됐다"며 "지금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애초 실거주하지 않았던 1주택자나 장기 보유자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매도 계획을 바꾼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매도 상담을 했던 손님이 세제개편 발표 이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 결국 호가를 1억원 올렸다"며 "당장 팔기보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장기 보유한 고령층은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젊은 집주인들은 쉽게 팔지 않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신도시로 옮겨 남은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려는 상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수자들의 관심은 대출에 쏠려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KB시세가 25억원을 넘느냐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달라져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며 "결국 20억~25억원대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되고, 강남은 부담스럽지만 서울 핵심 입지를 원하는 수요가 이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제개편과 대출 규제가 함께 작용하면서 20억~30억원대가 실수요자들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강남의 높은 가격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한강벨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내년 대출 규제 변화 가능성을 우려해 올해 안에 잔금을 치르려는 문의도 이전보다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매도도, 매수도 눈치 보기…준비된 사람만 움직인다"
동작구 상도동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다음 날부터 급매물이 쏟아졌는데 요즘은 매도자도, 매수자도 서로 눈치만 본다"며 "판단은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전처럼 '1원도 안 깎아준다'는 시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매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4000만~5000만원 정도 가격 조정은 가능한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은 실거주 비중이 높아 강남만큼 세제개편 영향이 크지 않고 당분간은 비수기와 추석 영향까지 겹쳐 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강남구 도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홍연 기자)
반면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세제개편으로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매도 여부를 고민하는 집주인은 늘었지만 실제 거래는 여전히 관망세가 짙었습니다. 다만 양도세 부담을 감수하고 매도를 결정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조정한 매물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좋은 매물'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는 30평대에서 올해 초 거래된 금액보다 3억원 정도 낮은 가격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예전에는 '못난이 매물'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동, 좋은 호수도 가격을 조정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도세 중과 시행 전 급하게 처분할 사람들은 이미 한 차례 움직였고 지금은 대부분 집을 어떻게 할지 다시 계산하는 시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30억원 안팎'이라는 새로운 기준선을 만들며 지역별 온도차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문의 증가가 아직 본격적인 거래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세부담과 대출 규제, 향후 정책 변화 등을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이번 세제개편이 실제 거래량과 가격 흐름을 바꿀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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