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시장에는 절세 목적의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집값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서울 핵심 지역은 가격 조정 폭이 크지 않은 반면 전세난과 월세화, 가격대별 양극화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실거주 중심의 시장 재편에는 의미가 있지만, 공급 확대 등 후속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공통으로 꼽은 변화는 매물 증가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와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 제도 시행을 앞둔 시기 등 절세 목적의 매물이 세 차례에 걸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역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와 고령층 지방 이전 특례 등이 맞물리면서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단계적 시행이 시장 충격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매물 출회 효과를 여러 차례 유도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절세를 위한 매도 시점이 한 번에 집중되지 않고 2027년과 2028년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그는 양도세 중과 완화가 종료되는 2029년 이후에는 다시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매물이 늘더라도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박원갑 위원은 올해와 내년에도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집값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고, 다만 세 부담이 커지는 강남 등 초고가 주택은 일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함영진 랩장 역시 서울 핵심 지역은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만큼 가격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우병탁 전문위원도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 안정은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통계상의 시세보다 실제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입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가격대별로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가 주택 시장은 세 부담 강화로 거래 위축과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그보다 낮은 가격대는 규제를 피해 이동하는 대기수요가 유입되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과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수보다 주택가액 중심으로 과세 체계가 바뀌더라도 다주택 규제를 피하려는 자금이 상급지 고가 1주택으로 집중되면서 '똘똘한 한 채' 쏠림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는 고소득·고자산 계층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부동산의 지위재화'를 가속화하고, 지역 간 양극화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난·월세화 가속화 우려 …가격 상승 압력 커진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임대시장 변화였습니다. 송승현 대표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민간 임대 공급을 위축시켜 전세난과 월세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주택자를 규제 대상으로만 접근하면 민간 임대 공급이 줄어 결국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은형 연구위원 역시 공공이 민간 임대 물량을 모두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갑 위원도 실거주 수요 증가로 강남권 전셋값 상승과 월세 비중 확대를 예상했고, 우병탁 전문위원 역시 비거주자들이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거래시장에 대한 시각도 다소 갈렸습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실거주 중심 과세가 강화되면 일반 실수요자의 갈아타기까지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거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박원갑 위원과 함영진 랩장은 양도세 중과 완화가 적용되는 2027~2028년에는 절세 목적의 거래가 늘면서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고령층의 자산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박원갑 위원은 강남 고가 1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은 기존처럼 월세 수입을 활용한 노후 설계가 어려워질 수 있어 다운사이징이나 자산 재편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이 실거주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는 정책 방향은 분명하지만, 시장 안정 여부는 결국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 등 후속 정책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절세 목적의 매물 증가는 예상되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서울 핵심지역은 가격 조정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반면 전세난과 월세화, 가격대별 양극화, 거래 감소 등은 정책 시행 이후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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