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이수정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후속 주택 공급 대책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1주택,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을 높이는 고강도 세제개편만으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공급 확대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입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마련 중인 공급 대책은 이르면 이달 중순 공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가 준비 중인 공급 대책은 크게 △준공업지역 등 도심 유휴부지 활용 △그린벨트 해제 △비아파트 공급 확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 시기 단축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공실 상가와 오피스의 주거시설 전환, 지식산업센터의 용도 변경 등 기존 도심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정부가 공급 대책에 무게를 두는 것은 세제만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시장에서는 보유세와 거래세 강화만으로는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매물 잠김이나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세제개편으로 수요를 관리하는 동시에 공급 속도를 높여 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전략이 추진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카드는 준공업지역 개발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앞서 영등포와 구로 등 준공업지역을 적극 발굴해 도심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준공업지역은 총 19.97㎢ 규모로, 이 가운데 약 3분의 2인 13.34㎢가 영등포·구로·금천 등 서남권 3개 자치구에 집중돼 있습니다.
준공업지역은 이미 지하철과 도로 등 도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대규모 교통망을 새로 조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현실적인 도심 공급 카드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산업시설이 여전히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고 토지 소유주 간 이해관계도 복잡해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공급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 수요에 맞는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단순히 공급 물량을 늘리는 양적 공급만으로는 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수요가 원하는 곳에 공급하는 질적 공급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과 역세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야 하며,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금융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급의 양보다 시장 수요와 맞는 공급의 질이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을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다시 고개 든 그린벨트 해제
그린벨트 활용 방안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집을 짓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고 밝히며 공급 확대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그린벨트 일부와 지하철 인근 부지, 군 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약 149㎢로 여의도의 약 50배에 이릅니다. 입지가 우수한 신규 공급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 내곡·세곡지구 개발 사례처럼 대규모 공급에도 주변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공급 규모보다 사업 추진 속도와 입지 경쟁력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존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공실 상가와 업무시설을 청년·고령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공급 과잉 상태인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세제와 금융,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기 신도시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 역시 이번 대책의 핵심 축입니다. 보상과 인허가, 착공 절차를 최대한 병행해 공급 시점을 앞당기고,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일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추가 공급 택지를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대규모 신규 공급 발표보다는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1·29 공급 대책에서 제시한 공급 계획의 속도와 현실화를 높이는 데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3기 신도시는 보상과 인허가, 착공을 동시에 추진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정비사업 병행 심사와 통합 심의, 역세권 고밀개발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미분양 공공매입 확대와 비아파트 매입임대 확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환경 개선도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이번 대책에 어느 수준까지 담길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는 정비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기간 내 공급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공급 대책의 성패는 발표되는 물량의 규모보다 실제 공급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입니다. 세제개편으로 수요 관리의 방향을 제시한 정부가 후속 공급 대책에서는 도심 내 가용부지 확보와 공급 속도 제고,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을 얼마나 담아낼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