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통령의 오판
당무개입 논란의 본질은 '봉건적 인치'…보수 정권 빼닮은 '내로남불' 극치
2026-06-22 00:00:00 2026-06-22 00:00: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승자의 저주다. 노선과 가치 투쟁은 없다. 증오의 정치만 있다. 거친 언사와 격노는 기본. 나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아 콤플렉스'는 옵션. 지지층은 이미 내전 중. 한쪽은 대통령 친위대, 다른 한쪽은 강경파 홍위병. 봉건적 인치의 명백한 퇴행. 여권발 권력투쟁 얘기다.
 
파국 열차를 탔다. 둘 중 한쪽은 치명상을 입는 치킨게임. 그 중심에 선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당·청 투톱이 보여준 '위험한' 컬래버. 우리 진영 빼곤 내부 총질자. 명령 코드는 단 하나, 주저앉히기. 반대편을 숙청하기 위한 활극. 권력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하이에나들도 참전했다. 한 줌의 재도 안 되는 권력을 움켜쥐려는 얄팍함.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기시감. 눈떠보니 역주행. 
 
네 차례의 '옐로카드'
 
청와대의 얕은수 정치. 지난 9일 성남 서울공항. 취임 이후 첫 유럽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 환송 자리에 정 대표는 빠졌다. 대신 이례적으로 차기 당권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파장이 일었다. 서울공항 출발 행사 엠바고가 풀린 시간은 오전 9시20분께. 직후 '정청래가 빠졌다'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여권 내부 관계자가 배경 설명을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합리적 추론. 
 
그 전후로 세 차례(8일·13일·19일)나 더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후 지난 18일 이 대통령을 마중 나온 정 대표는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청와대발 갈등 봉합인가. 아니다. 음모론적 서사를 덧붙이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은 정 대표의 로우키(낮은 자세). 찍어 누른 뒤 몸을 낮추는 당대표의 그림을 만들어내려는 건 과거 보수발 '이준석(개혁신당 대표)·한동훈(무소속 의원)' 숙청 작업 당시에도 일어났던 패턴. 
 
순방 기간 간간이 몸을 낮춘 정 대표는 되레 "정권은 짧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그 전후 이 대통령의 경고장. 시발점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이 준 경고"라고 했다. 
 
지난 13일에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 "신념보다 책임"이라며 정 대표에게 재차 옐로카드를 날렸다. 정 대표가 페이스북에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고 쓴 지 하루 만. 일주일 뒤 정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언급했다. 6시간 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예외적 부여"를 피력했다. 막스 베버를 언급한 긴 글과 이후 순방 성과 브리핑(19일)은 민주당에 하달한 훈시문에 가깝다. 
 
낙인찍기 통한 정적 제거
 
위험 신호다. 권력자의 격노. 충신들의 분노. 지지층의 증오. 확증편향은 따라오는 덤. 그 결과는 기승전 편 가르기. 지지층을 모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증오의 일상화. 정치적 맹신을 앞세운 근본주의 생활화. 권력만 보면 군침을 흘리는 하이에나들은 본능적으로 패거리 정치를 일삼는다. 진영을 두 쪽으로 완전히 가르는 기술. 격노·분노·증오는 권력투쟁의 가장 효과적 전술·전략이다.
 
옵션은 흔들어 판 깨기. 급발진 등을 통해 흔들어 공간을 만드는 것은 비단 '만원 버스'에만 통용되지 않는다. 내란범으로 감옥에 간 윤석열씨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을 잇달아 찍어냈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했다. 이간질은 기본. 배신자 낙인찍기를 통한 정적 제거는 인류 역사 이래 계속된 정치 문법이다. 
 
그것이 권력투쟁의 속살이라도 퇴행은 퇴행이다. 왜곡된 신념의 확신범과 민주주의는 양립 불가다.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광기는 필연적으로 반지성주의를 낳는다. 연판장만 등장 안 했지, 작금의 여권발 권력투쟁은 과거 보수 정권의 찍어내기와 뭐가 다른가. 정치는 폭력을 다루는 기술이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다. 
 
막스 베버의 말처럼 열정과 더불어 균형감과 책임감이 필요한 이유. 그래야만 정당한 폭력의 합법적 독점이 가능. 반대한다고 힘으로 찍어 누르지 마시라. 군자는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대를 즐긴다. 군자가 되려면 되레 반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안에서 0.1mm의 교집합을 찾는 것. 무릇 정치란 공존의 미학 아닌가.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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