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금융사가 자금 압박을 받는 시행사와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하면서 금융 자문 수수료와 맞먹는 규모의 과도한 '위약벌(違約罰, 페널티)'을 챙긴 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사진=연합뉴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지난 4일 SM그룹 계열사인 시행사 코니스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금융 자문 수수료 반환청구 소송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지급받은 위약벌 16억5000만원 중 절반인 8억2500만원을 코니스에 돌려주라'고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코니스는 강원도 강릉 일대에 주택사업을 진행할 한국투자증권과 두 차례 금융 자문 계약을 맺었습니다.
1차 계약은 토지담보대출, 2차 계약은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이었습니다. 두 계약 모두 한국투자증권을 '독점적 금융자문사'로 지정했으며, 만약 이를 어기고 다른 금융사를 통해 자금을 빌릴 경우 막대한 페널티(1차 6억6500만원, 2차 15억원)를 물어야 한다는 위약벌 조항이 담겼습니다. 특히 2차 계약의 위약벌은 계약이 완전히 성사됐을 때나 받는 성공 수수료 전액과 같은 금액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코니스가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으며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빌린 93억원 상당의 토지담보대출 만기일(2021년 2월14일)도 코앞으로 다가왔고,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코니스는 급한 불을 끄고자 한국투자증권이 요구한 독점계약과 위약벌 조항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니스의 이자를 대신 지급하고, 후순위 토지담보대출을 새로 실행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과 2차 계약에 따른 PF 대출 조달은 계속 지연됐습니다. 이에 코니스는 2021년 4월 다른 금융사를 통해 22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대출 지연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쪽은 한국투자증권이었지만, 코니스는 계약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에 1차 수수료 5억5000만원과 위약벌 16억50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이후 코니스는 한국투자증권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위약벌을 챙겼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투자증권이 청구한 페널티가 현저히 과도하다며 코니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위약벌 약정은 한국투자증권이 본 PF 대출을 조달하지 않아 코니스에 이익이 전혀 없는 때에도 언제나 최소 15억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하도록 정한 것"이라며 "이는 예외적으로 사적 가치에 개입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현저히 균형을 잃은 약정"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한국투자증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코니스에 '당일 계약'을 요구하는 등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투자증권은 1차 계약 초안을 보내면서 대출 심의일 이전에 계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이유로 '당일 계약서를 검토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코니스는 1차 계약의 위약금 산정 근거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2차 계약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체결했다. 코니스에 계약의 약정 사항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1·2차 계약 체결 경위 및 체결 당시 주택사업의 진행 정도, 금전적 압박을 받던 코니스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코니스로서는 독점적 금융주관권 및 위약벌 조항 추가 등의 제안을 거절하기 곤란했을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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