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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오리온(271560)이 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실제 10년이 아닌 55년으로 잘못 공시하고도 정정 과정에서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근속연수는 고용 안정성과 인적자본 수준을 보여주는 ESG 평가 지표여서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백한 오류가 장기간 방치됐는데도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서 기업 공시와 감독 체계의 신뢰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ESG 평가까지 좌우하는 근속연수…투자 판단 기초정보 '흔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2024년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실제 수치보다 높은 55년으로 기재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8일 2024년 사업보고서에 대한 기재정정본을 공시했나 해당 오류는 수정되지 않았다. 정정 사항에는 현금흐름표와 재무제표, 회계감사인의 감사의견 등만 포함됐다. 해당 시기 오리온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실제(10년)보다 5배 이상 긴 55년이라고 공시된 상황이다. 공시 오류 점검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리온 측은 단순 계산 실수라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각 부문별 근속연수를 합산한 뒤 평균을 내야 하는데 담당자가 평균값을 구하지 않고 수치를 모두 더해 기재한 단순 오류"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오기재라고 치부하기에는 투자 신뢰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회사가 오기재한 '평균 근속연수'는 신용평가사에서 ESG평가 항목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이는 기업의 고용 안정성과 조직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는 지표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에서는 ESG평가방법론에서 근무환경과 사회 관련 경영성과를 검토할 때 근속연수를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한다. 한국기업평가도 사회 부문 인적자본 항목에서 직원 근속연수를 평가 지표로 활용 중이다.
잘못된 수치가 ESG 평가에 활용됐다면 평가 결과에도 오류가 따를 수 있다. 최근 ESG평가는 기관투자자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해당 평가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이런 우려를 심화시킨다.
한 기업공시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은 공시를 통해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 수준과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하는데, 해당 정보가 오기재 됐다면 투자자들이 상당히 중요한 지표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공시 신뢰성은 해외 투자자의 유치와도 직결된다. 더구나 오리온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동종업계에서 매우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22일 종가 기준 오리온의 외국인 보유율은 38.39%다. 같은 기간 농심은 22.05%, 삼양식품은 15.68%를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 2023년 66% ▲2024년 67% ▲2025년 68%로 증가세다.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고의성 없다는 금감원 판단에도…공시 검증 책임론 확산
기업과 감독당국의 소극적 대응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공시 정확성을 강조하며 밸류업에 나서고 있다.
현행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29조에는 주요 경영사항이나 공시 대상 정보를 잘못 공시한 경우를 불성실공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 반복되거나 고의적인 오기재가 아니라면 금융감독원 판단 하에 기업 측에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정정 요구조차 고려해보겠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IB토마토>에 "문제 삼을 건 아니다. 필요하면 정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모든 오타를 제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균 근속연수 55년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수치인만큼 의도적 오기재로 보기는 어렵다"며 "필요하면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관리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학계에서는 안일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모든 투자자가 열람하는 공식 공시 자료에 명백한 오류가 포함됐고, 정정공시 과정에서 수정되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IB토마토>에 "공시 신뢰는 자본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단순 실수라는 이유만으로 중요성을 축소해서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모든 투자자는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오기재는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그 오류가 장기간 방치되고, 그 오류를 기반으로 투자를 한다면 시장의 공정성 자체가 훼손될 것"이라며 "오리온도 상장 기업인만큼 법적 제재 여부와 무관하게 신속한 정정 공시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리온은 해당 근속연수 항목에 대한 정정공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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