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축 하랬더니 재건축"…"돼지 눈에는 돼지가"
이 대통령, 유시민 발언 후 메시지
'촉법 평론가' 글 공유로 우회 '비판'
2026-06-28 17:46:48 2026-06-28 18:01:51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경기 광주=이진하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비판 발언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셉니다. 특히 유 작가가 이 대통령을 향해 "증축을 원했는데 재건축하려고 한다",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발언한 데 대해 정부·여당에선 잇따라 비판의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유 작가의 발언이 공개된 후 바로 다음 날에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유 작가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유 작가가 비판한, 이른바 '촉법 평론가'의 글까지 공유하면서 유 작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시민 비판' 다음 날…이 대통령 "돼지 눈에 돼지만"
 
이 대통령은 28일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서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의 글을 공유했습니다. 공유된 글의 내용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우기는 건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라는 것으로, 북한군 개입 주장 등 각종 가짜 뉴스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 및 왜곡을 제재해야 한다는 정 부의장 글의 취지에 이 대통령이 공감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정 부의장은 유 작가가 '촉법 평론가'로 비판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이 대통령이 정 부의장의 글을 공유한 것은 유 작가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이 대통령이 다른 사람도 아닌 정 부의장의 글을 콕 집어 공유한 것은 유 작가의 비판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지적입니다.
 
앞서 유 작가는 지난 26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정치 비평장에 철거 용역·촉법 평론가들을 투입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 평론가들을 용역 평론가, 촉법 평론가라고 직격한 겁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선물 사진을 SNS에 올리는 평론가들을 향해 "너무 천하고 상스럽다"고 비판했는데요. 사실상 정 부의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전날에도 X에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내가 행동하는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내용의 이 대통령 메시지를 두고 유 작가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올린 시점이 유 작가의 방송이 공개된 이후 바로 다음 날이어서 유 작가에 대한 비판 메시지라는 점에 힘이 실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경기지사 시절에도 비슷한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2021년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간 개발 100%로 민간에 이익을 주자고 한 것도 국민의힘이고, 민관 합작을 한다니까 적자 난다고 손해 본다고 막은 것도 국민의힘이고, 그 민간업자에 붙어서 이익을 먹은 것도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보수 언론과 야당 비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박 메시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해당 글에 대해 "기업의 지방 집중 투자에 대한 억측과 허위 주장이 유포됨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 작가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을 향해 작심 발언을 내놨습니다. 그는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민주 진영의) 증축이었다"면서도 "그런데 이 대통령은 철거 용역 등을 동원해 다 허물고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 확장 전략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유 작가는 또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자가면역 질환'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는 “외부 바이러스를 물리쳐야 할 면역세포가 자신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일이 1년 이상 지속돼 신진대사에 이상이 발생했다"며 "과도한 자신감을 내려놓고, 자가면역 질환을 치유하며 결자해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 대통령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맨 왼쪽)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유시민 발언에 김민석·송영길 '반박'…친명계도 '격앙'
 
유 작가의 발언을 겨냥한 민주당의 주요 당권주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민석 총리는 전날 "내가 어떤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잉된 자신감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도나 마음이 적절히 절제될 필요가 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유 작가가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민주 진영의 코어 지지층을 향한 공격'을 지목한 데 대해 "어려울수록 더 흔들리지 않고 힘을 모아 대통령을 지키는 게 코어 지지층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는 "지금은 서로 말을 아껴야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통합과 연대 등에 따라 민주적 국민 정당으로 진화해 온 민주당 역사를 생각하자"며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정부·여당에서도 친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 작가에 대한 비판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4선 중진 출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페이스북에 "재건축도 증축도 아니다. 이재명은 빈 땅에 우리의 보금자리를 넓히려 한 프런티어(개척자)"라고 했습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프레임 안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민심을 왜곡하고 갈라치기하는 것이 유시민 작가가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는 방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경기 광주=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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