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이 한국형 위탁 연구·개발·생산(CRDMO)의 미래 생존 전략으로 '유망 바이오벤처 발굴 및 육성'을 꼽았습니다. 글로벌 빅파마 수주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를 고객사로 삼아 블록버스터 신약을 공동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이를 위해 업계의 옥석 가리기 역량 강화와 정부의 정책적 금융·제도 지원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퀀텀 점프·신규 모달리티 제공, 벤처의 이점"
1일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퀀텀 점프(단기간에 이뤄지는 비약적인 성장)'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CRDMO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라며 "바이오벤처들은 자체 개발 역량·인프라가 전혀 없기 때문에 CRDMO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CRDMO 업계 입장에서도 글로벌 거대 제약사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수주 물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라며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CRDMO 고객사로 키워서 파이프라인을 공동 개발하고, 파이프라인이 블록버스터 신약이 되는 일을 노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1월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역시 "CRDMO라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바이오벤처들이 혁신 기술, 신규 모달리티·컴파운드를 제공할 수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이 바이오벤처와 계속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고 국내·외국 바이오벤처와의 경계를 보다 더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통합 CRDMO 솔루션'을 목표로 제시하며 바이오벤처 육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24년 11월24일 홍콩 기업설명회 시기였습니다. 당시 회사는 신약 소싱 및 바이오벤처 현지 네트워킹 진행으로 최신 신약 트렌드를 파악한다는 점, 선행 연구 지원을 통한 원천 기술 탐색의 일환으로 바이오벤처를 육성한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6월10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바이오허브-셀트리온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이 중요해짐에 따라, CRDMO 업계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고르는 능력이 꼽힙니다. 정윤택 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담 부서가 바이오벤처 가치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그 삼성바이오로직스조차도 관련 경험이 많지는 않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CRDMO 업계가 바이오벤처를 고르는 성공률을 높이려면 인큐베이션 경험이 많은 해외 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 등 해외에 인큐베이션을 두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고 부연했습니다.
바이오벤처 지원책·생산능력 증대 주문
바이오벤처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정윤택 원장은 "CRDMO 기업들이 R&D 명목으로 법인세 감면을 받게 하고, 그 대신 바이오벤처가 CRDMO 기업에 지불하는 연구 관련 비용을 깎을 수 있게 제도를 바꾼다면, CRDMO와 돈 없는 바이오벤처 모두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규 부회장의 경우 "바이오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시리즈B' 중에서 임상 들어갈 수 있는 스타트업 펀드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규모가 큰 사이즈의 공공 자금 기반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생산능력 증대가 국내 CRDMO 업계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4만5000리터(ℓ)로 생산능력을 늘렸으며 2032년까지 138만5000ℓ로 확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셀트리온도 57만1000ℓ로 늘리는 중입니다. 이승규 부회장은 "지금은 몸집을 키워야 할 시간"이라며 "그 후에 글로벌 경쟁력과 이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윤택 원장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에서 세계 1위를 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수주액이 늘어나면 매출도 1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셀트리온 역시 생산능력이 증가함에 따라 CRDMO 매출 상승 경향은 있겠는데, 자사 제품과 글로벌 직판에 주력하다 보니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CRDMO 업체를 뒷받침해 줄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지원책으로는 △계약학과 신설 △'한국형 나이버트'를 포함한 바이오 인력 양성 사업의 지속 △국내 CRDMO 업계와 글로벌 기업들의 네트워킹 체계 수립 지원 등이 꼽힙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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