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달 29일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중소 협력업체 납품대금 '100% 현금 변제'를 명시했으나, 실상은 대금의 절반가량을 10년 뒤에나 지급하는 '쪼개기 변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원금은 보장하지만 10년간 이자도 없이 자금이 묶이게 되면서, 316개 중소 협력사들이 고스란히 연쇄 도산 위험을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발묶인 납품대금…중소 협력사 위기 가능성 커져
8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2026년 6월29일 서울회생법원 제출본)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상거래채권 규모는 총 약 2010억7493만원입니다. 현재 회생절차상 해당 상거래채권의 채권자는 (유)그룹세브코리아 외 315인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신선식품·가공식품·의류 등을 납품하던 중소기업과 영세 영농조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회생계획안은 총 2010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에 대해 1~5차 연도(2027~2031년)까지 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5년 거치' 구조(원금과 이자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식)로 설정돼 있습니다. 통상 회생 제도에서 거치 구조를 허용하는 이유는 기업이 당장 빚을 갚는 동안 사업이나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자금을 모으고 정상화할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기 위함입니다.
상거래채권 금액은 홈플러스의 전체 회생채권 총액인 약 2조7000억원 중 7.5% 수준입니다. 홈플러스가 회생제도를 활용해 협력업체들의 납품대금을 사실상 장기간 묶어두게 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대금이 묶이는 5년 동안 중소 협력업체들은 납품을 하고도 현금을 보유하지 못해 자금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홈플러스의 본격적인 변제는 5년간 0원 거치가 끝난 뒤인 2032년(제6차 연도)부터 지급될 계획입니다. 6차 연도에는 3.8%인 76억4949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듬해인 2033년(제7차)에는 15.6%인 313억7589만원, 2034년(제8차)에는 16.44%인 330억6496만원, 2035년(제9차)에는 16.97%인 341억2042억원 순차적으로 분할 변제하겠다는 겁니다. 마지막 연도인 2036년(제10차)에는 47.17%에 달하는 948억6415만원을 한꺼번에 갚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전체 상거래채권 201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돈을 마지막 연도에 지급하는 셈입니다.
홈플러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변제 받지 못한 납품 대금 규모는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으로 추산됩니다. 상거래채권은 후순위 채권입니다. 아울러 현재 홈플러스의 현금성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억원입니다.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채권은 1차부터 상환…정부 4400억 지원 배경
결국 316개 협력사들은 5년 거치가 끝난 후에도, 6년 차부터 9년 차까지 받는 금액만으로는 유동성 압박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자금을 10년간 무이자로 묶어두는 것과 다름없는 구조입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담보성 신탁채권은 초기에 집중 변제되는 반면, 협력업체 상거래채권과 유동화전단채 관련 카드채권은 모두 6~10차 연도로 밀려 있습니다.
앞서 홈플러스의 전체 미지급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 규모는 총 794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중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회생법원의 승인을 통해 영세 협력업체 중심의 석 달 치 물품 대금 3457억원을 우선 조기 변제했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생계획안에는 조기 변제분을 제외하고 남은 2010억원에 대해선 10년 분할 변제안을 들이밀었습니다. 홈플러스는 원금 100% 보장을 강조했지만 앞으로의 물가 상승과 이자 미지급, 10년의 변제 기간 등을 고려하면 중소 협력업체에는 실질적인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4400억원+α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도 해석됩니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협력업체에 금융보증을 제공을 통해 3500억원을 지원합니다. 900억원에 달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공급합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전문을 전달받지 못해 구체적인 변제 일정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일반적인 회생절차를 고려하면 변제 순위와 회사의 자금 사정 등을 감안해 장기간 분할 상환 계획을 세운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회생이 진행되더라도 당장 대규모 변제 재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만큼 영업을 지속하며 발생하는 이익으로 갚아나가겠다는 취지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