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선 최악의 한 달, 사상 초유의 연이틀 양 시장(코스피·코스닥) 서킷브레이커(매매 중단 조치) 발동까지. 도박판으로 전락한 '카지노 증시'가 전례 없는 대혼란의 시대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현 사태를 부추긴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임기근(왼쪽부터) 기획예산처 차관, 김용범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IMF 시절도 넘어선 '블랙데이'의 연속
29일 국내 증시가 사상 초유의 연이틀 '블랙데이'를 맞이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8% 하락한 5663.24, 코스닥 지수는 6.12% 폭락한 662.68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미 검은 화요일을 경험한 코스피는 이날 6000선 밑으로 내려왔고,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은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와 20분간 매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습니다. 양 시장에 대한 서킷브레이커가 연이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7월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1일 종가 8303.41 대비 약 31.8%가량 떨어진 건데요. 이는 1997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27.24% 하락폭보다 큽니다. 월간 하락률로 역대 최대인 데다, 지난달 19일 기록한 장중 고점인 9385.59에서는 약 40%가 하락했습니다. 코스닥 지수도 7월 한 달간 28.7%가 하락하면서 한국 증시가 '아비규환'에 빠진 모양새입니다.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관련 우려가 있는데요.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건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때문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책임자에 대한 경질과 정부 경제 라인 전면 교체까지 촉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었다"며 "그렇다면 지금 주식시장을 이토록 어지러운 카지노 도박판으로 만든 '정책 장난'이야말로 패가망신시켜야 할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작금의 상황은 몇 가지 땜질 처방을 던져놓고 행운을 빌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도 주식시장을 이 같은 난장판으로 만든 데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야당에서는 레버리지 ETF 자체가 '인재'인 만큼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레버리지 ETF 상품 승인 과정 등에 대해 정권이 바뀐 뒤 '특검'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압력이 시장의 상품 출시로 이어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복되는 땜질 처방…"오히려 레버리지 ETF 부추겨"
정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야당의 질타를 받고 "상품을 출시할 때 꼼꼼하게 못 챙긴 측면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결과론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부분에 매우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연 브리핑에서 "지난 2~3개월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인공지능(AI) 주 전체의 향배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현재의 변동성이 레버리지 ETF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AI 혁명은 진짜다. 시장이나 투자자들이 AI 혁명이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확신이 덜한 것"이라고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그는 "오히려 중국의 약진을 보면서 우리가 더욱 양대 메모리 회사를 포함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연구개발(R&D)을 정신 차리고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기도 했다"면서 기업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오는 31일 시행 예정인 레버리지 ETF 1차 대책에 이은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금융위원장은 "필요하다면 (투자 요건을) 전문 투자자까지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부의 대책은 중장기적인 방향성일 뿐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며 "레버리지 ETF 상품을 가장 앞장서서 홍보한 게 정부이고, 현재 내놓는 제도적 보완 장치들도 (투자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의 위험성을 알려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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