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대한 재산분할액으로
‘세기의 이혼
’이라 불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마침내 종착지로 향해 가고 있다
. 9440억원이라는 재산분할액을 결정한 파기환송심에 대한 양측의 재상고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 상고 마감 시한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
양측이 모두 재상고를 포기할 경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 지난 2017년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 9년간의 소송전이 막을 내리는 셈이다. 다만, 어느 한쪽이라도 재상고를 할 경우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가 양측이 다시 한번 다투게 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가 큰 변동 없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9년여의 지난했던 소송전을 돌아보면 이번 사건은 산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유명 드라마의 대사처럼 개인사는 사적 영역일지 모르지만, 거대 그룹 총수의 사생활 리스크는 결코 개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SK하이닉스에서 비롯돼 최근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N% 성과급’ 이슈다. 지난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타결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합의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대법원 선고를 앞둔 최 회장이 조직 안정을 꾀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후 SK하이닉스의 보상안은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며 산업계 전반으로 논쟁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실트론 매각은 그룹의 사업 재편과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시장에서는 재산분할 판결 이후 불거진 최 회장의 재원 마련 문제와 맞물려 해석되기도 했다. 결국 SK실트론은 적극적 구애 끝에 SK가 보유한 70.6%의 지분을 2조3000억원에 인수한 두산그룹 품으로 넘어갔다. SK로서는 두둑한 실탄을 확보해 인공지능(AI) 등 투자 저변을 넓혔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룹 차원 ‘인공지능(AI) 풀스택 프로바이더’ 사업 비전과 맞물려 보면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약 9600억원) 역시 재산분할액 재원 마련의 주요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두산이 연내 인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깊은 상흔은 실추된 그룹 이미지다. 총수의 사생활에 따른 오랜 법정다툼 과정에서 수면 위로 노출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논란은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온 SK그룹 구성원들의 자부심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 9년간의 법정다툼은 조만간 마침표를 찍겠지만, 총수의 개인적 리스크가 그룹에 남긴 부담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 회장이 최근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해 국내외를 분주히 오가는 것도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고, 대내외에 SK의 건재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인지 모른다. 재산분할액을 마련하는 것과 별개로 경영 성과를 통해 오랜 소송으로 생채기 난 그룹의 신뢰와 자부심을 회복하는 일이 그에게 남은 숙제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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