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얽히고 변수 수두룩…해운·조선 처벌 잣대 논란
선박관리 위탁해도 선주 책임 못 피해
“해상 특수성 반영한 독자 법령 시급”
2026-08-27 16:38:47 2026-08-27 16:46:5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해운 및 조선업계에 얽혀있는 다층적 하청 구조와 국경을 넘나드는 해상 작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육상 제조기업과 동일한 중대재해처벌법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현장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 항만 사고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해양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과 예방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가 27일 고려대에서개최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심으로’ 하계 워크숍에서 김채윤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7일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는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하계 워크숍을 개최하고, 해운업 맞춤형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법조계는 해운업 특유의 복잡한 도급 및 위탁 계약 구조 탓에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둘러싼 분쟁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채윤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선박관리 회사를 통해 기술이나 선원 관리를 위탁했다고 해서 선주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자동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며 “단순한 서류상 계약이 아니라 실제 지시와 감독 관계, 예산 및 인사권 보유 여부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따져 책임 주체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내 해운업계의 고용 구조상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이 선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로스쿨 명예교수)은 “독일이나 홍콩 등 해외에 거점을 둔 대형 선사들은 선박관리회사가 선원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드시 선박 소유자와 선원이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구조”라며 “고용계약 자체를 선박 소유자와 맺다 보니 실질적인 관리는 선박관리 회사가 중간에서 맡더라도 선주에게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심으로’ 고려대 워크숍에서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로스쿨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복잡한 고용 구조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해운업의 특성상 사고 발생 장소나 선박의 국적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도 업계의 고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공해상이나 외국 항만에서 사고가 날 경우 대한민국 국적선은 물론 편의치적선(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한 배)이라도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주체가 국내 법인이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실제 2025년 8월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례를 보면, 프랑스 국적 선사그룹으로부터 컨테이너선 수중 검사 작업을 도급받은 국내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고에서 무혐의를 받은 프랑스 선사와 달리 도급받은 국내 회사와 그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책임을 졌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가 많은 해상 작업에 육상 사업장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입니다. 민인규 범주해운 정보시스템팀장은 “해외 항만에서 강풍으로 하역을 중단하고 계류줄 상태를 확인하다 파단돼 선원이 사망한 경우 날씨 탓인지 해외 항만공사 잘못인지 명확히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며 “해양수산부가 제정한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 예방 기준’처럼 해운업 실정에 맞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수기 중심의 낡은 점검 방식을 벗어나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전면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습니다. 민 팀장은 “협력업체 직접 방문 점검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험성 평가와 비상 대응 명세서를 수기로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안전 점검 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비정기적인 현행 교육을 대체할 상시 교육 체계를 열고 외국인 선원을 겨냥한 영문 교육과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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