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BTC(비트코인)가 미국 재정 불안과 달러 약세를 등에 업고 3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비트코인은 27일(한국시간)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서 1주새 약 23% 상승한 7만9000달러(약 1억93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비트코인이 주간에 이 정도로 오른 건 지난 2023년 3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입니다.
약달러의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형상화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는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꼽힙니다. 이번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재무부가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 개입을 강화하자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후에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임의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비트코인이 금과 함께 달러 가치 하락을 피할 대체 자산으로 부각된 것입니다.
이번 약달러 기조는 1일 재무부의 엔화 매입 지시 후에 나타났습니다. 이날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일본과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습니다. 표면적인 목적은 4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를 안정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 국채금리를 방어하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고 봤습니다. 일본은 세계 최대 미 국채 해외 보유국입니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국이 개입하면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엔화 매입을 지시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재무부의 시장 개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무부는 19일 장기국채 바이백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의 회당 매입 한도를 기존 20억달러(약 2조7680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약 5조5360억원)로 늘리고 이를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30년물 국채금리는 5.34% 부근에서 5.18%대로 내려왔지만 발표가 무색하게 금새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이에 미국 부채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비트코인과 금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지난 22일 “현재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미국 부채위기가 약 3년 뒤에 올 것으로 보이고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1~5년 안에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채권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며 “금에 포트폴리오의 10~15%를 배분하고 비트코인을 소량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비트코인.(사진=연합)
변수는 바이백·클래리티
시장의 관심은 이제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모이고 있습니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을 가를 가장 큰 변수는 9월 9일부터 시작되는 재무부 국채 바이백입니다. 전문가들은 재무부 바이백에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달러 약세가 유지되면 비트코인이 9월 이후에도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여건 완화로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는 동시에 달러 가치 하락을 피하려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수요까지 겹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바이백으로 국채금리는 내려가지만 미국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 강달러 기조가 나타나면 최근 비트코인 상승을 이끈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열기는 다소 사그라들 수 있습니다.
바이백에도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경우도 따져봐야 합니다. 국채금리 상승의 원인이 재정 불안과 국채 신뢰 저하에 있다면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금과 함께 대체 가치저장 수단으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지거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우려로 국채금리가 오르고 달러까지 강달러 기조를 보이면 비트코인은 크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정책 변수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입니다. 미 상원은 9월 15일 디지털자산 포괄법안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에 대한 토론종결 표결을 진행합니다. 이 표결이 가결되고 양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디지털자산의 증권·상품 구분과 규제기관 관할권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제도권 디지털자산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미 단기국채 수요처로 각광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및 보상 체계가 클래리티 법안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법안은 현재 미국의 재정 문제를 해소할 중요한 열쇠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 발행사 테더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약 61%를 미 단기국채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 이자 및 보상을 받으려는 신규 이용자 수요로 미 단기국채 매수 압력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다만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시장 기대가 소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10만달러 돌파가 관건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이 10만달러(약 1억3800만원)를 넘어서야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실현 가격이 가장 많은 구간대는 27일 온체인데이터 분석 플랫폼 글래스노드에서 8만달러(약 1억1044만원)에서 9만달러(약 1억2425만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실현 가격이란 현재 유통 중인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온체인에서 이동했을 당시의 가격을 계산한 지표로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단가를 추정할 때 활용됩니다. 이는 2025년 디지털자산 상승장 때 비트코인을 8만~9만달러에서 매입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은 27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약 5경5248조)에 이르고 고금리가 이자 부담과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정부가 재정 긴축보다 통화가치 희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가치 희석으로 약달러가 유지되면 공급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고 기관 유입까지 빠르게 이뤄지면 비트코인은 2029년 50만달러(약 6억9025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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