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약국 지각변동)③약가 내려가는데 매대 경쟁까지…제네릭 '이중고'
"공급가는 동일"…제약사는 선 긋고 현장은 수량 조절
명칭 규제만으론 한계…약사회 "추가 대응 필요"
2026-09-07 06:40:00 2026-09-07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3일 16: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대량구매와 저가를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최근 1~2년 새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존 소규모 약국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국회는 지난 8월 약국 상호에 '창고'·'마트'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명칭 규제만으로 창고형 약국이 촉발한 대량구매와 가격경쟁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장은 약사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량구매를 기반으로 한 유통 방식이 확산되면서 제약사-도매상-약국으로 이어지는 기존 의약품 유통질서는 물론 제약·바이오사의 영업·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의약품 유통시장과 제약·바이오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 파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제네릭 시장의 가격경쟁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같은 성분의 제품이 매대에 나란히 놓여 가격으로 비교되는 구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계단식 약가 인하까지 겹치면서 후발 제네릭의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제약사들은 공급가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주문 수량을 조절하거나 거래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도 나타나 유통 전략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매대 위 가격경쟁…약가 인하와 겹쳐
 
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45%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기존 53.55%)을 의결했다.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부터는 최초 제네릭 약가에서 5%p씩 감액해 산정하는 계단식 인하도 강화된다. 등재된 의약품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45%까지 낮아진다.
 
우대 사항은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받으면 신규 제네릭에 대해 '1+3년' 간 60%, 새로 신설된 준혁신형 기업은 50%의 우대 약가를 받을 수 있다. 인증 여부에 따라 제약사별 체감 압박은 갈릴 전망이다.
 
해당 제도 변화가 하반기부터 순차 시행됨에 따라 소비자가 여러 제네릭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해 고르는 창고형 약국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창고형 약국 확산과 △약값 자체 하락 △저가 품목 선호 구조가 강해지면 제네릭을 취급하는 제약사는 가격 경쟁력 심화와 매출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국내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의약품 공급가는 거래처 및 유통 구조에 따라 정해진 기준에 의해 동일하게 적용되며, 최종 판매가격은 판매 약국에서 결정한다"며 "개별 약국의 판매가격 책정이나 경쟁 상황에 대해서는 제품 공급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공급가 자체를 낮춰 출혈경쟁을 부추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해당 설명과 다르게 현장에서는 공급 방식 변화가 감지된다. 명동·홍대·성수 등 관광 상권에 대형 창고형 약국이 늘면서 개점 초기 과다하게 채워진 재고가 반품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제약사들은 초기 매입 수량을 제한하고 회전율 중심으로 공급 정책을 조정 중이다.
 
예컨대 연고류 등 일부 품목은 과거 200개 이상 주문해야 최저가가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60~120개 수준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처럼 오남용 우려가 있는 품목의 구매 수량 제한 역시 매장별로 운영 방식이 다르다. 한 창고형 약국은 코감기약을 '1인 1통'으로 제한했지만, 다른 매장은 같은 성분 제품을 별다른 수량 제한 없이 판매해 약국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사진=연합뉴스)
 
명칭 규제만으론 부족…약사회 추가 대응 검토
 
정부도 명칭 규제만으로 오남용·과다 경쟁 우려가 해소된다고 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창고형 약국이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있지만 품목 다양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소비자 편익 또한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외부 자본 개입 우려에 대해서는 약국 명칭과 광고 규제 등 제도 보완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한약사회 또한 명칭 규제를 넘어 약국 개설 심의제도 도입, 개설 단계 운영계획서 제출 의무화, 면허 대여 의심 사례 관리 체계 강화 등 건전한 약국 운영을 위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일반의약품을 별도 관리하고 건기식과 분리 진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질적인 대안 도출을 위한 정부의 구체화된 움직임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한약사회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부와 관련 미팅 등을 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논의는 아직 미진한 상태"라며 "단순히 '창고'나 '마트' 등 명칭만 규제하는 것에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에 의해서 종속되는 형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지속가능한 형태의 약국 정체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영업 부문에서 혼란을 초래한다. 일부 제약사는 창고형 약국과의 거래 자체를 트지 않거나 품목을 선별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타 약국의 반품·항의 압박을 의식한 영업담당자들의 자율적 판단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창고형 약국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체로 제약사 담당자 재량에 맡기다 보니 영업사원들의 고민도 큰 상황"이라며 "분란이 일어날까 봐 아예 창고형 약국과 거래를 트지 않거나 품목별로 주문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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