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주택연금 신규 가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가입자의 중도해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월 지급금을 높이고 초기 보증료를 낮추는 등 가입 유인을 강화하면서 신규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집값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분을 활용하기 위해 연금을 중도 해지하는 수요도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주택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집값 변동에도 가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규 가입 늘어나는 주택연금, 중도해지도 증가
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주택연금 중도해지는 245건으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1분기 중도해지도 69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36.8% 증가했습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보유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입니다. 가입 이후 주택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월 지급금에 집값 상승분이 즉각 반영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기에 기존 가입자가 주택을 처분해 오른 자산가치를 직접 활용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시기에는 중도해지가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2020년 10월 중도해지는 311건, 2021년 8월에는 389건까지 늘었습니다. 반면 집값 상승세가 둔화했던 2023년에는 월별 중도해지가 대체로 100~180건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다만 중도해지가 늘었다고 해서 주택연금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신규 가입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신규 가입은 1287건으로 2월 780건보다 약 65% 늘었습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주택연금의 월 지급금을 높이고 초기 보증료를 낮추는 등 가입 여건을 개선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3월부터 일반주택·종신지급 방식의 평균 월 지급금은 기존보다 3.13% 높아졌습니다.
신규 가입이 늘면서도 기존 가입자의 해지가 함께 증가하는 것은 가입 시점에 따라 주택연금의 유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규 가입자는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매달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개선된 지급 조건 등을 고려해 가입하는 반면, 기존 가입자는 가입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를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와 앞으로 받을 연금액을 비교해 해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도해지에는 부담도 따릅니다. 가입자는 그동안 받은 연금과 이자, 보증료 등을 상환해야 합니다. 지난 3월 해지된 245건의 누적 연금 지급액은 약 376억원으로 건당 평균 1억5000만원을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분이 해지 비용을 감수할 만큼 크다고 판단하는 가입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사진 출처=연합뉴스)
"집값 변동 반영해 연금 지급도 유연하게"
전문가들은 신규 가입 확대와 함께 기존 가입자가 집값 변동에도 장기간 연금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연금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가입 당시 주택가격뿐 아니라 이후 가격 변동까지 고려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며 "집값이 크게 오른 경우 가입자가 느끼는 상대적인 불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안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주택가격을 재평가해 상승분 일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예컨대 가입 당시 5억원이던 주택이 8억원으로 올랐다면, 상승한 3억원 가운데 일부를 추가 담보가치로 인정해 일시금이나 추가 현금흐름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는 현재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닌 만큼 집값 하락 위험과 재정 부담 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중도해지 비용 역시 가입자의 선택권을 높이는 차원에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지나치게 높은 비용은 해지를 억제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자금 수요가 생긴 가입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연금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의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교수는 "집값이 오르면 해지하고 떨어지면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용된다면 주택연금이 노후소득 수단보다 자산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상품처럼 될 수 있다"며 "실제 노후자금이 필요한 가입자가 주택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가입 대상에서 벗어나는 고령층을 고려해 가입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주택연금은 일정 가격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자산은 있지만 현금흐름이 부족한 고령층이 제도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22년째 거주하고 있는 70대 A씨도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흐름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은퇴한 지 15년이 넘은 A씨는 국민연금으로 매달 약 160만원을 받고 있지만 생활비와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1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A씨는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금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세금과 생활비가 모두 부담"이라며 "집을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 않아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연금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보다는 보유 주택을 활용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은퇴 이후 현금흐름이 부족한 고령층이 있는 만큼, 공시가격 기준을 조정하는 등 가입 대상과 혜택을 현실에 맞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 증가세는 월 수령액 인상과 초기보증료 인하 등 올해 시행된 제도 개선의 영향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누적 가입자가 늘면서 중도해지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연금액을 산정하고 있으며, 장기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안심자산보호서비스 등 연계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3월 주택연금 가입 및 해지 추이.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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