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코스닥 상장 2년 만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
E8(418620)(이에이트)가 최대주주 변경과 타법인 인수라는 극약처방을 내놨습니다. 상폐 위기 속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고, 이종 산업 인수를 통해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모습입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에이트는 전날 새 최대주주인 '이팔(E8)밸류업1호투자조합'을 대상으로 한 4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했습니다. 이어 조달 자금 규모를 웃도는 44억4250만원을 투입해 PC 제조 및 납품업체인 '다컴시스템' 지분 35%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이트는 입자 기반 3D 물리 시뮬레이션과 AI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주력으로 하는 '딥테크' 기업입니다. 스마트시티나 제조 공정 등 현실의 물리적 환경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하고 분석하는 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산업 특성상 막대한 연구개발(R&D) 고정비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R&D에 약 18억1000만원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상반기 전체 매출(약 11억6000만 원)을 훌쩍 넘는 규모(매출 대비 156%)입니다.
여기에 고객 맞춤형 수주(SI) 위주의 사업 구조도 현금난을 부추겼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과 공급계약을 맺고 74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쌓았지만, 매출 인식과 대금 수령에 장시간이 걸립니다. 버는 돈보다 R&D로 나가는 돈이 많은 배경 아래, 지난 8월 주가 및 시가총액 미달로 코스닥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반기보고서상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명시된 상태입니다.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 유예 요건의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이번 M&A의 핵심 배경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이에이트의 연간 매출액은 16억5500만원으로, 코스닥 퇴출 요건인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30억원 미만'에 해당합니다. 현재는 기술특례 조항 덕분에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되고 있으나, 이 기간은 2027~2028년에 순차적으로 종료됩니다. 당장의 현금흐름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한 PC 제조사(다컴시스템)를 인수해, 상장폐지 사유를 선제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새 최대주주의 자금이 들어오자마자 비상장사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 흐름과 인수 대상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해서는 시장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인수 대상인 다컴시스템은 2023년 47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95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2023년 23억원에서 2024년 7600만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게다가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 상대방인 모회사 주식회사 다컴은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 하락세에 놓인 비상장사를 인수하는 것이 기업 펀더멘털 개선과 시너지 창출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아울러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의 의무 보유 기간이 1년이라는 점 역시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 변동성과 관련해 유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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