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선 R&D 75% 대형·중형에 집중…소형 조선사는 뒷전
소형 단독 과제 예산 비중 9.4% 그쳐
정부 지원도 제한적…‘RG’ 공급에 집중
선박 여건 제각각…“투트랙 전략 필요”
2026-10-14 15:44:52 ㅣ 2026-10-14 15:51:56
[뉴스토마토 안정훈·박창욱 기자] 최근 5년간 정부의 조선업 연구개발(R&D) 지원 대부분이 중·대형 선박에 쏠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산의 70% 이상이 중·대형 대상 과제와 대형 단독 과제에 집중된 반면, 소형 대상 지원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선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호황 지속과 한미 조선업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중소형 조선사와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조선소 R&D 과제 건수 및 정부 지원 규모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대상 조선소 규모별 지원 규모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조선 연구개발(R&D) 과제 총 72개(전체 예산 3962억4400만원) 가운데 45개(2667억4500만원)가 대형·중형 대상 과제였고 6개(318억1700만원)는 대형 단독 대상 과제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유형에 투입된 예산만 2985억6200만원으로, 전체의 75.3%에 달했습니다.
 
반면 소형 단독 대상 과제는 10개(371억9900만원)로 전체 예산의 9.4%에 불과했습니다. 공동 대상 과제에서도 대형·소형을 대상으로 한 과제는 없었고, 중형·소형 대상 과제가 1개, 중형 단독 과제가 1개를 기록했습니다. 대·중·소형 공통 과제 9개를 제외하면 소형 조선사가 포함된 지원 유형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소형 조선사 65개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약 60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뤄지는 지원도 선수금환급보증(RG) 공급 등 금융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RG는 조선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발주자에게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기로 약속하는 보증상품입니다.
 
산업부는 대형 선박에서 기술 성숙도를 확보한 뒤 핵심 기술을 중소형 선박과 해양 플랫폼으로 확산하는 방향으로 R&D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형 선박에 우선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중소형 선박에도 적용하는 이른바 ‘기술적 낙수효과’를 뜻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러한 낙수효과를 찾기 어렵습니다.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21~2025년 종료된 조선 R&D 과제 67건 가운데 기술이전 실적은 단 3건에 그쳤습니다. 기술이전 실적 자체가 저조한 데다, 이전된 기술이 어느 규모의 조선사에서 활용됐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내세운 대형 선박 기술의 중소형 확산이 실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 단언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실제 산업부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조차 소형화 실증을 위한 별도 예산에 대해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적었습니다.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사진=대한조선)
 
중소형 조선사가 각자도생하고 있는 사이, 세계 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중소형 조선사의 세계 수주 점유율은 2020년 6.2%에서 2025년 2.8%로 3.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소형 조선사 관계자는 “마스가의 성과를 산업 전반으로 넓히기 위해서도 대형 조선사와 함께 중소형 조선사와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대형 선박 기술이 소형으로 확산되기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배를 만들고 운용하며 검증된 모델을 키우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대형과 소형 상선을 위한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우철 인하공업전문대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대형 상선의 일부 기술이 중소형 선박에도 활용이 될 수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기술적 호환성은 크게 떨어진다”며 “‘대형 상선에 대한 기술을 중소형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특수 목적 중소형 선박 기술개발 지원’이라는 투트랙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 의원은 “마스가의 성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소형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의 경쟁력도 함께 높여야 한다”며 “다양한 선종의 건조 역량과 지역 생산·고용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G 등 금융지원뿐 아니라 소형 조선사의 특성을 반영한 R&D와 실증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박창욱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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