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주는 수주산업, 미청구공사 경보
단품 판매 넘어 SI 상업화 본격화
“늘어나는 계약자산, 충당금 살펴야”
2026-10-14 14:49:17 ㅣ 2026-10-14 15:06:29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 주요 로봇 기업들이 단순 기기 판매를 넘어 고객사 맞춤형 시스템 구축(SI) 및 자동화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본격적인 상업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대규모 턴키(Turn-key) 수주가 늘며 장부상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주 산업의 고질병인 수익 인식의 맹점과 대손 리스크가 동반되고 있습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객사 맞춤형 로봇 SI 공정은 변수가 많아 납기 지연이나 최종 검수 과정에서 이견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장부상 수익으로는 선 인식했지만, 검수 통과 등 시간 경과 외의 조건이 남아 있어 아직 고객에게 대금 청구권을 갖지 못한 '계약자산'이 매출과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건설·조선업의 '미청구공사'는 회계상 새 수익인식기준 도입 이후 소프트웨어 및 용역 산업 전반의 계약자산으로 통합 표시되면서 로봇 업계에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나우로보틱스(459510)의 상반기 말 계약자산은 25억9831만원으로 연초 14억8390만원 대비 75% 급증했습니다. 한양로보틱스 흡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SI 수주를 확대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르면 계약자산 역시 일반 채권처럼 미래의 기대신용손실을 추정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나우로보틱스는 회수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 계약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연초 약 2070만원에서 상반기 말 2억9394만원으로 늘렸습니다. 상반기에만 계약자산 관련 대손상각비로 2억7324만원의 비용을 털어낸 것입니다. 여기에 납품 후 사후관리에 투입될 하자보수충당부채도 약 8억9121만원이 계상되는 등 상업화 초기 단계의 마찰 비용이 쌓였습니다.
 
국내 로봇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역시 대형 용역 및 시스템 공급 비중이 커지며 수주 산업 특유의 실적 변동성을 겪고 있습니다. 영업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등 실적이 들쑥날쑥한 상황입니다. 기간에 걸쳐 인식하는 매출이 늘면서 거래처의 대금 지급 지연 등이 발생하는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5년 상반기에 18억8876만원의 대손상각비를 판매비와관리비로 인식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3억9151만원의 대손상각비가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또한 상반기 말 기준 120억원 외상매출금 중 46억7704만원을 손실충당금으로 인식했습니다. 진행률 기준으로 인식한 삼성전자 대상 용역 공급 매출 중 연초 12억원이 계약자산으로 묶여 있었던 점 역시 B2B 계약의 가변성을 방증합니다.
 
로봇산업은 이제 미래 테마와 기대감을 넘어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옥석 가리기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부채비율 9%라는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으나, 이날 장중 주가 38만원대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55.99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이는 향후 몇 년간의 고성장을 이미 주가에 당겨온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고평가 상태에서는 계약자산 부실화나 대손상각비로 인한 한 번의 어닝쇼크도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나우로보틱스도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이 91억8000만원(2분기 62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긍정적 행보를 보였으나, 주가 1만원대에서 PBR 7.13배의 고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로봇 기업도 본격적인 매출 확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제는 늘어나는 자산에 비해 미래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돼 있지 않은지, 계약자산의 증가 속도, 대손충당금 규모, 장부상 이익 등 현금창출 구조를 꼼꼼히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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