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갈치 3만원, 사과 8만원.."설이 두렵다"
명절 앞둔 시장 '썰렁'..생선·과일값 급등 탓 소비자들 발길 돌려
정부 '물가단속' 성공 미지수..가격 급등에 상인·고객 모두 한숨만
2011-01-13 16:42:59 2011-01-13 19:25:15
[뉴스토마토 홍지영·박원일 기자] "쉽게 지갑을 열 수가 없어요. 돈을 가지고 와도 살 수 있는것도 적구요. 어쩌겠어요, 마음을 비우는 수 밖에..." (김학선씨, 54, 가명)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설 연휴를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아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현장분위기는 맹추위와 맞물려 적막하기만 했다.
 
고등어, 갈치 등 각종 생선과 해산물을 진열해 놓은 수산물 코너를 찾은 한 주부는 "고등어 한마리에 1만원"이라는 주인의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서민 식탁의 단골메뉴로 손꼽혔던 고등어 마저 두 달전보다 무려 100%인상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갈치 값은 한술 더 떠 한마리에 3만원. 결국 주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수산물 코너를 떠났다. 수산물시장은 구제역 파동 이후 쇠고기와 돼지기고의 대체제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불안한 공급 탓에 가격이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청과도매상을 하는 한 상인은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자들이 과일 소비를 줄이려고 한다"며 "중급 품질의 15kg 짜리 사과 한 상자가 몇 달 전만해도 4만5000~5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7만~8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장바구니 물가엔 요즘 빨간불이 켜졌다.
 
명절을 앞두고 생선과 과일 등 신선식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 가을 태풍과 이상 한파 등 변덕스런 날씨 탓에 생산지에서 공급가능한 출하량이 부쩍 줄었다. 
 
올해는 유가, 전셋값도 연초부터 급등하는 추세인데다 도시가스, 전기, 대중교통 요금도 들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1월 첫 주 유가동향을 보면, 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는 1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 대비 각각 리터당 12.5원, 11.9원 오른 1817.3원, 1613원을 기록했다. 운전자들은 유류비용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반응이다.
  
운전자 안 모씨(서울 강동구)는 "보통휘발유 값이 두 달전 1700원 대에 이어 이제는 1800원을 넘었다. 셀프주유소를 찾아다니지만 그래도 비싸긴 마찬가지다"라며 "차를 운전한다기 보다 모시고 다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물가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13일 정부는 전 부처의 행정력이 동원된 물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접 관련이 있는 농식품부도 배추 등 농수산물 비축물량을 조기에 방출하고 농산물을 직거래 방식으로 전환토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서둘러 물가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기상이변이나 국제 원자재 값 상승 등 외부요인이 있는데다 시중에 풀린 많은 돈 때문에 생긴 물가상승을 몇몇 기업과 품목별로 관리한다고 해서 물가가 안정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또 상반기에 물가인상을 억제하더라도 하반기에는 결국 다시 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정부가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은 13일에도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의 농산물 표준지수에 따르면 채소·과일류는 일주일 전에 비해 20~30%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식품 물가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았다.  식품 물가 평균 상승률은 1.7%였지만 한국은 이보다 6배 이상 높은 1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신선식품지수 역시 2009년과 비교해 33.8%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선과실과 신선채소는 각각 43.4%, 36.8%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장바구니 물가의 고공행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장을 찾는 주부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날 장을 보러나온 다른 주부(은평구 역촌동)는 "1만원을 들고 나왔는데 채소값이 너무 비싸 도무지 살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채소를 판매하는 한 상인도 "배추와 무 가격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수 서울시 농수산물관리공사 과장은 "축산품목의 경우 구제역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설 성수기를 앞두고 고급육 가격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설 차례상 준비비용은 지난해와 비교해 15%정도 더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토마토 홍지영 기자 hongji0915@etomato.com 
뉴스토마토 박원일 기자 zapper1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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