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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석유TF 3개월간 뭐했나..'묘한' 결론에 '재탕' 대책
2011-04-06 15:51:40 2011-04-06 18:43:29
[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지난 석달간 지식경제부 주도로 활동한 석유가격TF 결과에 대해  '무성의하고, 실망스럽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석유가격TF는 6일 "국내 기름값의 비대칭성(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 기름값이 급히 오르고 반대의 경우에는 기름값이 천천히 내리는 구조)을 다수 확인했지만 정유사 담합이나 폭리는 아니다" 란 '묘한' 결론을 내렸다.
 
석유가격TF는 이번 분석을 통해 기름값 인하여력이 일부 있음을 확인했을 뿐 정유사들의 높은 판매가격을 끌어내릴 명분을 찾지 못했다.
 
다만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석유제품 가격공개제도를 확대하고 경쟁촉진을 위한 제6의 자가폴 주유소 설립, 석유제품 선물시장 등 거래시장 개설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이미 유가대책 때마다 언급되던 것들이어서 3개월간 석유가격TF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검토'와 '불가' 입장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비대칭성 확인했는데 폭리 아니다?
 
정부가 경제정책조정회의 논의 끝에 내놓은 석유가격 TF 활동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997년 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정유사 가격은 원유가와 국제제품가와 비대칭성을 보였다.
 
또 2008년 5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2009년 1월부터 2011년2월까지도 정유사 가격과 국제제품가와 비대칭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가격은 분석기간과 상관없이 국제유가에 모두 비대칭을 보였다.
 
이에 대해 TF는 "경쟁정도, 사업자와 소비자의 행태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이라며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감시를 강화해 비대칭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칭성이 확인된 마당에 '폭리도 담합도 아니다'라는 것은 TF의 정유사 조사가 부실했거나 봐주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정부의 발표대로 지금까지 왜곡된 가격에 대한 책임이 정유사나 주유소에 없다면 왜곡을 방치해 소비자의 피해를 키운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자승자박인 셈이다.
 
비대칭성이 있다는 건, 국내제품가가 국제유가나 국제제품가와 달리 왜곡된 것을 확인한 것인데, 그간 왜곡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입은 손실을 국내제품값을 내려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석유제품값 인하여력 리터당 53.6원..대안은 '경쟁촉진'뿐
 
TF에 따르면 최근 국제 석유제품값이 원유가에 비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정유사간 경쟁을 촉진하면 리터링 22.8원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다고 분석됐다.
 
또 정유사 공급가와 국제제품값은 국내 유통비용과 유통마진으로 국내에 한정된 생산비용의 증가요인이 없다면 경쟁 촉진으로 리터당 10.3원 인하여력이 있다.
 
최근 주유소 가격추이를 봤을 때 정유사 공급가 상승보다 주유소 가격 상승이 빨랐던 것에서도 리터당 20.5원 인하여력을 찾았다.
 
결국 정부는 경쟁 촉진을 통해 리터당 53.6원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경쟁촉진 방안으로는 원가절감형 자가폴 주유소를 확대하고 농협의 NH-OIL에 이어 제6의 자가폴 주유소 설립을 지원안을 제시했다.
 
또 올해말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오는 2012년말까지 석유제품 선물시장 개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가폴 주유소 확대는 이미 석유안정화 방안으로 검토중인 사안이고, 전자상거래 사이트 개설도 작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방안으로 관계부처에 권고한 내용의 재탕이다.
 
여기에 전자상거래 사이트 개설을 위해 이에 참여하는 석유사업자들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하는 등 인세티브 부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가격결정의 키를 쥔 정유사와 이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대리점, 주유소간 전자상거래시장의 활성화가 어렵다는 것의 방증이다.
 
정부가 향후 검토하겠다는 정유사 폴사인과 판매제품의 일치의무제도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혼합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브랜드와 관련한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또 혼합판매할 경우 판매제품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져 정유사들의 품질에 대한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정유사 팔비틀기 외 대책없나?
 
지난 3일 SK에너지가 오는 7일부터 기름값을 3개월 한시적으로 리터당 100원 전격인하 한데 이어 GS칼텍스가 이달 중순부터 비슷한 폭의 가격인하에 동참하기로 했고, 5일 3S-Oil, 6일에는 현대오일뱅크도 7일 자정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리터당 100원 할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적극 환영하고 나섰지만 여론은 정부의 '팔비틀기'에 '울며 겨자먹기식 동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날마다 고공행진하는 유가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업계를 윽박지르고 있고, 정유사들은 "폭리는 없다"고 항변하면서도 정부의 압력에 한걸음 물러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관치에 의해 업계를 찍어눌러 가격을 내리는 방식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기름값 하락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날 김황식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유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유류세 인하가 실현될 지 관심이다. 
 
 
뉴스토마토 강진규 기자 jin9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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