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강덕수 STX 회장의 '승부수' 워크아웃 피할까
채권단에 조선해양 주식담보대출 제안..'생살여탈권' 내맡겨
본보 단독보도에 전 계열사 일제히 하한가..시장 '충격'
2013-04-02 15:58:24 2013-04-02 16:25:32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STX그룹이 결국 '생살여탈권'을 채권단에 내맡겼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성하려는 주력사 STX조선해양의 지분을 담보로 유동성 해결에 나선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STX조선해양채권단은 2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전날 STX조선해양으로부터 제의받은 자율협약 체결 수용 여부를 논의 중이다.
 
명시적으로는 자율협약이지만 STX조선해양 지분을 담보로 한 채무상환 유예 및 긴급 운영자금 수혈 등이 핵심 내용이다. 사실상 강 회장의 경영권 이양을 대전제로 한 '초강수'를 둔 셈이다.
 
STX는 전날인 1일 오후 이 같은 협약서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측에 건넸다. STX팬오션의 공개매각이 불발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재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STX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STX조선해양은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 경영 전반에 관해 채권단의 섭정이 불가피해진다. 일반적으로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워크아웃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는 수위가 높다.
 
강 회장이 그간 “(계열사를) 다 팔아서라도 조선해양만큼은 지키겠다”고 공언한 터라 이번 강수의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그룹 전체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란 게 금융권과 조선업계의 일치된 시각이다.
 
우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업황 침체가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호황기에 체결했던 수주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STX는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저가 수주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진해 조선소 관리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데다 남아 있는 직원들마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특근수당 미지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협력사들에게 고통분담을 내걸었지만 호황기 계열사 확장에만 열을 올리며 협력사들을 외면했다는 배신감에 협력사들이 STX가 내민 손을 외면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는 게 업계의 일성이다.
 
결국 선박 수주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을 덜고 생존을 확인시키기 위해 손익분기점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물량 수주에만 전력한 것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조선 사이클을 감안한 ‘버티기’ 모드로 돌입했다는 자조가 흘러나온 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잘 나갈 때 확장에 신경 쓰기보다 플랜트로 전환했어야 했다”며 “결국 일순간의 경영 판단 미스로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유동성 문제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진해 현장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익을 독식하다 어려워지니 고통분담을 내거는데 누가 함께 하겠느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2일 오전 <뉴스토마토> 단독보도(STX그룹, STX조선해양 '주식담보 대출안' 채권단에 제안) 직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며 STX조선해양을 세계 4대 조선소로 끌어올린 강 회장의 신화가 벼랑 끝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날 증시는 STX 전 계열사가 일제히 하한가로 마감하는 등 시장의 충격을 덜지 못했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3만5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사만 1400개, 관련 직원만 6만여명에 달한다. 수주 잔고는 159억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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