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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맑은 아파트 만들면 집값 오른다"
잠실 파크리오 등 '우수관리' 모범단지 4곳 현장투어
2013-11-21 16:34:59 2013-11-21 16:38:39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은평구 한 아파트는 관리비 비리, 주민간 갈등 등 공동체 문제를 해결한 후 집값이 올랐다고 한다. 살기 좋아졌기 때문인데..그런데 이곳(잠실 파크리오) 집값이 너무 오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농담 섞인 말에 좌중에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박 사장은 21일 맑은 아파트 모범단지로 선정된 잠실 파크리오 등 모범단지 4곳을 직접 찾았다. 협동조합을 운영해 주민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아파트 관리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한 사례 등을 직접 듣고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둘러봤다.
 
모범사례 발표가 이뤄진 단지 내 생활지원센터에는 취재진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들여 북새통을 이뤘다. 박 시장은 지나던 주민들에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냐"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잠실 파크리오 단지에서는 하교하던 초등학생들이 박 시장 주변에 몰려들어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실 파크리오 단지를 현장방문해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최봄이 기자)
 
서울시의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은 아파트 관리비 거품을 빼고 주민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관리내역 정보공개, 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시는 자체 실태조사와 지난달 5일 열린 우수사례 경연대회를 통해 모범단지 4곳을 선정했다.
 
이날 박 시장이 방문한 모범단지는 ▲도봉구 창동삼성 ▲송파구 파크리오 ▲중랑구 신내데시앙 ▲성북구 종암2차아이파크 등 이다. 이들 단지는 관리비를 절약하고 주민 갈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주민 자체 사업을 벌였다.
 
◇형광등 LED로 바꿔 전기료 절감..입주자대표회의 생중계
 
도봉구 창동삼성아파트는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공용·개별 구분 없이 주택용 고압전기를 적용하는 '단일계약'으로 바꿔 1년간 4500여만원을 아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하주차장 형광등을 LED로 교체해 연간 700여만원의 전기요금을 아꼈다.
 
송파구 잠실파크리오아파트는 6864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임에도 주민 간 소통이 활발한 우수단지로 뽑혔다. 이곳 주민들은 1500여권의 기증도서로 '놀이터 공유 도서관'을 만들고 직접 작품을 제작해 야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관리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는 케이블TV로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주민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관리비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무제표 보는 법' 강의도 열었다.
 
◇단지 내 마련된 공유도서관. 주민들이 기증한 1500여권의 도서로 채워졌으며 주민들은 한 달에 한번씩 책을 교체하고 있다.(사진=최봄이 기자)
 
중랑구 신내데시앙은 분양(27%)-임대(73%) 혼합 단지로 주민 간 갈등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모범단지로 선정됐다. 이 단지 주민들은 분양, 임대를 가리지 않고 공통 관리규약을 제정하고 공동주택대표회의 회장과 부회장도 함께 선출했다.
 
◇협동조합 만들어 좋은 먹거리 싸게 구입
 
성북구 종암2차아이파크는 친환경소비자협동조합으로 공동체활성화, 관리비절감, 일자리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친환경먹거리를 공동구매, 직거래하면 물류비가 절감돼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균열보수 공사 입찰 시 전문가 자문단 검토를 거쳐 공사비 부풀리기 관행을 막은 사례와 드라이버, 전동드릴 등 생활공구 등을 빌려주는 '공구도서관' 운영 사례(도봉구 삼성) 등도 소개됐다.
 
◇주민 재능기부로 이뤄진 단지 내 전시회 모습을 살펴보고 있는 박원순 시장(사진=최봄이 기자)
 
박 시장은 "서울 시민의 59%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비리가 있다는 민원이 아직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아파트의 비리를 없애는 것을 첫걸음 삼아 다양한 자치활동을 통해 더욱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세계적인 공유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마을 주민들이 공구, 책 등을 공유하는 것을 보니 반갑다"며 "공동육아센터 등 좋은 사업을 제안해주신다면 서울시가 운영비 등을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날 현장방문을 계기로 맑은 아파트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해 홍보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행정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 대해서도 관련법을 제정해 관리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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