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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또 국내정치 개입?..장성택 실각설 불거진 이유는
여야 국정원 개혁특위 합의하던 날 난데없이 터져나온 북한이슈..개혁 피하려는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2013-12-04 16:54:05 2013-12-04 16:57:54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기습 공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내란 음모 혐의 수사 등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떠오른 국가정보원의 '직접 정치'가 재개된 조짐이다.
 
여야 4인 회담이 이틀째 벌어지던 3일 국정원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 2명이 지난 11월 처형됐다며 장성택의 실각을 전격 공표했다.
 
그런데 ▲실각설이 공개된 시점 ▲중국 언론들의 신중한 분위기 ▲장성택의 신병에 이상이 없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보고 등은 국정원발(發) 실각설의 의도에 의문을 품게 한다.
 
국정원 개혁특위가 논의되던 당일 개혁의 당사자가 또다시 여론의 시선을 다른데로 묶는 돌발 이슈를 제기하고 나선 형국이기 때문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4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정보를 공개한 국정원의 태도가 혹시 여야 합의 불발을 겨냥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의심했다.
 
또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 언론들이 장성택 실각설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국정원이 공개한 정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장성택 실각설을 한국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면서도 "국정원이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아직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경화시보(京華時報)도 한국 언론을 인용해 장성택 실각설을 보도했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여기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 간담회에서 "(장성택) 신병에는 이상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아울러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부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에 대해서도 "정상적으로 있다"고 전했다.
 
이에 국정원이 정치권의 국정원개혁특위 논의가 이뤄지던 시기에 여야 정보위 간사를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장성택 실각설을 공개한 이유는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물타기'라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이미 지난 6월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 대선 개입 의혹이 증폭되자 난데없이 남북정상회담록을 전격 공개했던 '전과'가 있다.
 
 
국정원은 국정원 국정조사가 빈손으로 종료된 지난 8월에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직접 실시해 국면을 전환한 바 있다.
 
한편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완전히 실각이라고 하는 것을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정황적으로 봤을 때, 또는 전체적으로 상황을 보면 측근들의 공개 처형은 결국 장성택의 실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연결을 지어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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