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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구단 강점·약점)②두산, 빠진 자리·불펜을 메울수 있다면
2014-01-08 15:17:08 2014-01-08 15:21:03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4위로 종결했지만 곧바로 열린 포스트시즌 대결에서 연신 승리한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준우승은 두산 특유의 '화수분' 야구와 시즌 막바지의 매서운 뒷심이 작용하며 이뤄낸 기적의 드라마다. 준플레이오프의 2연패 뒤 3연승, 플레이오프 당시 적진에서 거둔 선취 2연승 등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그렇지만 두산도 약점이 있고 시즌 후에 찾아온 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7년간 6차례 가을 야구를 겪었고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두산. 두산의 강·약점, 기회 요인과 위기 요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베어스필드 조감도. (이미지제공=두산베어스)
 
◇S(Strength : 장점) - 다년간 단련된 주루·수비 그리고 구단주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을 치른 삼성과 LG, 넥센에 비해 언더독(약팀)으로 평가됐다. 선발도 상대적으로 약했고 계투도 부족함이 보였다. 이는 지난해는 물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평가다.
 
하지만 두산은 특유의 '화수분' 야구와 '허슬두' 플레이로 이를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경기수가 많아지고 준플레이오프때 연장전을 세차례나 하며 체력을 과하게 소모해 끝내 포스트시즌 왕좌를 삼성에 내주게 됐지만, 팀의 전력을 다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로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치렀던 원동력이다.
 
특히 야수의 경우 부상자가 생겨도 큰 타격이 없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3루수 이원석의 빈자리는 허경민이, 2루수 오재원의 공백은 김재호가 메우는 식이다.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당장 주전으로 자리잡을 실력을 가진 선수가 많았다. 부상을 당하며 잠시 결장한 일부 주전급 선수가 "나를 잊을까봐 걱정"이란 '진심 담긴' 농담을 건넬 정도다.
  
'허슬두'로 상징되는 두산의 주루와 강력한 수비는 이전부터 장점으로 손꼽혔다. 지난해도 이같은 수비와 주루 장점은 여실히 발휘됐다. 안정된 수비력과 주루에 화끈한 화력까지 겹치며 상대 팀에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두려움을 심어준 원동력이다.
 
두산이 어려운 환경에도 오뚜기처럼 일어선 원동력에는 구단주의 관심과 투자도 한몫 한다. 준공 7년 정도 되는 2군(퓨처스) 이천 베어스필드를 공사 총액 400억원을 들여 재건축한 것이 대표적 예다. 두산의 '화수분' 시작은 모기업의 전폭적 투자를 통해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찬. (사진제공=두산베어스)
 
◇W(Weakness : 약점) - '상대팀 주장이 대놓고 거론한' 약한 불펜
  
지난해 10월23일 오후 대구야구장에서 열린 2013년도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상대 팀의 약점'을 질문받은 삼성 라이온즈 주장 최형우는 "불펜 쪽을 공략해야 한다. 선발들을 일찍 무너뜨린다면 우리가 불펜을 잘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최형우는 당시 "두산 (외야수들의) 어깨를 막을 순 없다. 선수들이 100% 전력으로 뛸 걸 120% 전력으로 뛰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두산의 장점을 외야수 등의 수비로, 약점을 허약한 불펜으로 판단한 것이다.
 
사실 이같은 평은 워낙 빈번히 나왔던 얘기다. 그리고 실제 그렇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팀의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가 불펜 대기를 해야 했을 정도다.
 
이처럼 두산의 불펜진이 '대놓고' 약점으로 꼽히는 이유는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가 없고 상대의 강력한 왼손 타자를 잡아낼 왼손 불펜이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데다, 불펜의 모든 선수가 우완 투수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두산은 이용찬의 마무리 복귀 시험을 준비 중이다. 한때 마무리로 나선 정재훈·오현택·홍상삼 등이 확실하게 상대 타자들의 기세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비를 강조한 송일수 신임 감독 체제에서 불안한 불펜도 정돈될지 지켜볼 일이다.
 
◇O(Opportunity : 기회) - '빅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얻은 최준석의 롯데 이적으로 인해 타선에 꽤 큰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를 들어왔다. 다만 이같은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1군 경기에 참여할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고 기량과 전성기 성적 등이 상당히 좋기 때문이다.
 
두산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출신 오른손 타자 호르헤 칸투와 총액 30만달러(계약금 5만달러, 연봉 25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칸투는 MLB 통산 847경기에 출전, 10년간 104홈런을 터뜨린 수년간 검증된 거포다. 전성기인 2008년엔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 29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성기가 지나고 2011년 이후로는 선구안 문제로 빅리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지난시즌 멕시칸리그 83경기에서 '31홈런, 타율 2할7푼'의 기록으로 변함없는 파워를 과시했다.
 
두산은 칸투 영입 후 "장타 능력이 뛰어나다. 팀내 중심 타선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를 표한 바 있다. 타격 안정을 꾀한 두산이 좋은 선수을 영입한 것이다.
 
또한 두산은 칸투의 영입으로 한층 강화된 타선과 안정된 내야 선수층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칸투는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적이 있는 선수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칸투는 팀내 백업이 가장 약하고 주전인 이원석의 군입대가 머지않은 자리인 3루, 유독 좌투수에게 약한 좌타자 오재일의 자리인 1루 등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게 생긴 공백인 거포, 부족한 수비 포지션 1·3루를 보충할 좋은 선수로 칸투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호르헤 칸투(Jorge Cantu). (이미지=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T(Threat : 위협) - 감독 변화 및 코치 사퇴·잇딴 베테랑 이탈
 
두산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총 16경기에서 투혼을 펼치며 진한 감동을 주었다. 멋진 박수를 받는 패자였다.
 
하지만 두산은 포스트시즌 후 스토브리그부터 또다른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마무리 캠프 도중에 감독을 경질한 데에 이어서 베테랑 선수들이 자의로 또는 타의로 다른 팀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이후 두산 유니폼을 가장 먼저 벗은 선수는 바로 두산의 '영혼'으로도 불리던 베테랑선수 손시헌과 이종욱이다. 손시헌과 이종욱은 지난해 11월17일 나란히 창원의 NC로 떠났다. 신생팀인 NC로부터 보상선수를 받을 수 없는 FA 제도 특성상 두산은 이중삼중의 타격을 입었다. 
 
두산은 이후 11월에 최준석(롯데·18일·FA 이적), 김태영(KIA), 서동환(삼성), 이혜천(NC), 임재철(LG), 정혁진(LG·이상 22일 2차드래프트 이적), 김동길, 김선우, 오성민(이상 25일·방출), 윤석민(넥센·26일·장민석 트레이드 상대) 등을 줄줄이 떠나보냈다. 두산이 유망주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은 인원이 아니다. 일부 팬들이 이런 두산 탈단 러시에 대해 '오로라 두산'(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잇따라 사고로 사라지는 것을 빗댄 표현)으로 불렀을 정도다. 
 
'오로라 두산'의 절정은 김진욱 전 감독의 방출이었다. 이번 방출은 잔여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은 것은 물론 마무리 훈련 종료 직전에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많은 설화를 불렀다. 일반적인 귀국 루트가 아닌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서 나왔을 정도로 두산은 홍역을 치렀다.
 
이에 많은 선수와 존경과 팬들의 사랑을 받던 정명원 코치와 김민재 코치도 두산을 떠났다. 구단이 술렁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팬들의 항의도 적지 않았다. 이제 두산 팬을 그만 두겠다는 사람도 적잖았다.
 
최근 두산은 코치를 뽑고 선수단을 다독이며 혼란스런 분위기를 수습하고 있다. '시간이 약'이란 말처럼 팬들의 비판도 줄면서 논란은 잦아들었다. 에이스 니퍼트를 잔류시키고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선수 칸투를 영입해 부족한 부분도 채웠다.
 
스토브리그 기간동안 두산은 정말 많이 변했다. 감독과 상당수 코치가 지난해와 다른 사람이고, 김선우·손시헌·이종욱·이혜천·최준석 등 팬들의 사랑을 받던 많은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옮겼다.
 
이같은 변화는 두산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야구팬들이 흔히 쓰는 '뎁스가 좋다'는 표현은 두산에게 아직 유효하다. 이번 위기가 선수단 세대 교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과연 두산은 어떤 형태로서 지난해 연말의 혼란을 극복할까? 자기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나 구설수를 잠재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두산의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
 
◇2013시즌 종료 후 두산 베어스의 탈단 인원. (정리=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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