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농성시위 2주째..자성의 목소리도
2014-06-02 18:22:52 2014-06-02 18:27:23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 서초사옥 앞에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2주째 대규모 파업시위를 진행 중인 가운데, 양측의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한 관계자는 2일 "지난달 28일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근무여건에 관련한) 몇 가지 전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1~2일 내로 노조의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장 표명에는 노조의 향후 거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 하도급 문제를 전향적인 자세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그간 협력사 직원들이 설립한 노조를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가 인정할 법적 권한 및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든 교섭권을 한국경영자총회(이하 경총)에 위임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갈등이 지속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안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최근에는 희망연대노조를 통해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연대 파업에 돌입하면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사례처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원들.(사진©News1)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력사 노조를 인정하거나 모든 노동자들을 직원으로 내재화하긴 어렵지만 기형적인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폐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일부 있다"며 "협상 주체를 다른 쪽에 떠넘기는 식으로 사안을 장기화해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뿐만 아니라 IT업계, 건설업계, 유통업계 등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하도급 문제가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사태를 통해 집중 조명되고 있는 만큼 재계 1위인 삼성이 의미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하도급 형태를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나서면서 삼성 역시 노조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서기 껄끄러워진 상황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정부가 사실상 현재 사업 형태를 인정했기 때문에 지회와의 교섭에 나설 수 있는 권한도, 의무도 없다"며 "노동자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건 금속노조의 무리한 파업 강행"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난치병 피해자들과의 협상이 아직 초반이지만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해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계열사의 수많은 협력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사태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선대 회장부터 부친인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져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이번 사태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경우 반올림, 금속노조의 배후에 있는 민주노총과의 갈등 관계는 이 부회장 재임기간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있어 예상치 못한 전향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이 기회에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그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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