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이건호 행장 사퇴..KB 격랑 속으로
최수현, 결국 중징계 선회..임영록 회장 거취도 관심
2014-09-04 16:23:48 2014-09-04 16:35:03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금감원 징계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뒤집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뜻이다.
 
이건호 행장은 당국의 중징계 결정 직후 전격 사임했다. 임영록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 판단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잠시 보류됐지만, 두 수장이 내부통제 부실로 모두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KB금융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崔, 자진사퇴 압박..내부 불협화음 괘씸죄 추가
 
최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하게 하면서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했다"며 "이 행장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한 원안대로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감독소홀 등의 이유로 중징계를 사전통보 받았다가 지난달 21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감경된 바 있다.
 
이어 최 원장은 이날 오전에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면담하고 KB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고객과 시장이 납득할만한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원장의 이번 결정에는 지난달 21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 이후 KB 조직 내에서 불거진 갈등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심 결정 다음날인 22일 KB금융 사내행사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행사 진행과 관련해 마찰했고, 26일에는 이건호 행장의 결정으로 국민은행이 지주사와 은행 IT담당 임원을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제재심의위원회 징계 결정이후에 경영정상화가 정말 잘 되고 있었다면 '징계를 위한 징계가 필요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재심 이후 모든 사안을 고려했을 때 원안(중징계)인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징계 받자마자 李 행장 사퇴..직무대행 체제 
 
최 원장이 중징계를 확정한 직후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중징계 결정을 수용한다며 전격 사임했다. 이 행장의 임기는 2016년 7월까지로 아직 2년 가까이 남은 상태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건호 행장은 이날 오후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지난 1일 이 행장은 긴급간담회를 열고 "제가 이 자리를 연연할 이유가 없다. 이사회에 신임 여부를 묻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행장은 은행 주전산기 전환 과정에서 내부 임직원의 보고서 조작 행위가 있는 것이 감독당국 검사를 거쳐 확인됐기 때문에 '은행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 행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국민은행은 당분간 은행장 직무 대행 체제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이사회의 사표 수리와 같은 형식적인 절차가 남아 있다"며 "이후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林 회장 운명은 금융위로..아직 사퇴의사 없어
 
임 회장의 최종 운명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지주사에 대한 최종 징계 결정권한은 금융지주사법상 금융위에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금융위 실무진들이 이달 19일이나 26일쯤 금융위 위원들에게 보고하면 그 다음주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임 회장의 중징계는 다음달 초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임 회장은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많은 반성과 고민을 했다"며 "조직을 안정시키고 경영을 하루빨리 정상화 시키는데 온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징계심의위원회 결정 후에도 내홍이 계속 되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통상적인 메시지라는 설명이지만, 남은 임기동안 사태 수습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자까지 임 회장측은 최 원장의 발표 이후 거취에 대해 구체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건호 행장이 당국의 중징계 결정을 수용하고 전격 사임하면서 임 회장 역시 사퇴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최 원장이 당초 원안대로 중징계 결정을 내려 혼란을 정리한 것은 다행"이라며 "임영록 회장 또한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금융위 최종 결정 전에라도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KB금융 측은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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