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 위한 기금조성..10년만에 갈등 매듭
2014-12-29 15:19:00 2014-12-29 15:19:00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49재를 찾은 정리해고자 대표 최일배씨가 이웅열 코오롱 회장(오른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코오롱)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코오롱그룹이 해고노동자와 10년간 끌어온 분쟁을 매듭지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노사 문화발전을 위한 기금을 제3의 기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기부처는 검토 중이며 금액은 사측과 해고노동자 간 합의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해고노동자와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005년 정리해고 이후 10년째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양 측은 지난달 8일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합의점 도출에 나섰다.
 
코오롱그룹은 "기업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며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는 기업의 어떤 첨단 지식도 무가치한 것"이라는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정리 해고자들과 대화를 재개하고, 합의 방안을 모색해왔다.
 
지난 26일에는 해고노동자 대표인 최일배씨가 이 명예회장 49재가 열린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 찾아와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최 씨는 이웅열 회장과 면담했다. 이 회장은 당시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분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밝혔고, 최씨는 이 회장의 뜻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해고노동자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최씨 등 해고노동자들은 과천 코오롱 본사에서 진행하던 천막 농성 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정리해고자들과 10년 가까이 계속돼온 갈등을 씻고 노사 상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노사불이(勞使不二)를 추구한 이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당시 ㈜코오롱)는 지난 20005년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 78명을 해고했다. 2002년부터 영업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해 2003년 875억원, 2004년 151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누적되자 2005년 2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에 각각 구제신청과 소송을 냈다. 2006년 중노위에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이 기각됐고, 2009년 대법원도 코오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적 구제의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되자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초 코오롱 스포츠 불매운동 전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정리해고자 대표인 최씨가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대립각을 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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