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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탈세 논란, 장근석만의 문제 아니다
2015-01-16 11:28:58 2015-01-16 11:28:58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배우 장근석이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6월부터 5∼6개월간 장근석과 장근석의 중화권 활동을 중개한 H 연예기획사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수십억원대의 추징금을 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장근석과 H사의 탈세가 조세범 처벌법 위반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장근석의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 측은 "실체적, 절차적인 부분에 맞춰 납부 의무를 명확히 이행했고 관계당국도 고의성이 없음을 인정해 고발을 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검찰 조사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장근석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배우 장근석. (사진제공=트리제이컴퍼니)
 
◇소속사, 장근석과 '선긋기'..1인 기획사라 설득력 없어
 
트리제이컴퍼니는 장근석의 탈세 의혹에 대해 "회사의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받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관계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당사의 회계상의 오류로 인한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수정신고 후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장근석의 외화수입 탈세로 인한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고, 장근석은 지금까지 세금에 관해서는 성실히 납부해왔다"며 "소속사의 오류로 이런 일이 벌어져 배우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당사의 오류로 장근석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만반의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탈세 의혹과 관련해 회계상 오류가 있었던 회사의 잘못이지 장근석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 하지만 이런 해명은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트리제이컴퍼니는 장근석이 세운 자신의 1인 기획사인데다가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장근석의 어머니이기 때문. 소속사와 장근석 사이에 선을 그은 해명 자체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장근석은 결국 출연 예정이었던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하차했다. 장근석은 배우 차승원, 유해진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출 예정이었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제작진 측은 16일 "제작진이 소속사에 확인해 본 결과 고의성은 없었으며 이미 과징금을 납부하여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라는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며 "다만 해명 이후에도 많은 시청자 분들이 장근석의 출연에 우려를 표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시기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장근석 측과 합의해 하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 측은 이미 촬영된 장근석의 분량은 최대한 편집해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기존 녹화분을 재편집해야 하는 탓에 '삼시세끼 어촌편'의 첫 방송 날짜는 16일에서 오는 23일로 미뤄졌다.
 
◇연예계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탈세 의혹 왜 반복되나
 
연예계 관계자들은 "탈세 논란은 장근석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장근석 외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탈세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11년 탈세 의혹에 휩싸인 끝에 잠정 은퇴 선언을 했던 개그맨 강호동을 시작으로 가수 인순이, 배우 김아중, 송혜교 등이 잇따라 탈세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장근석과 같은 톱스타는 드라마 한 회당 1억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광고 출연료 역시 5~10억원선에 이른다. 일반 직장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수입. 수입이 많은 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 현재 연소득 1억 5000만원을 넘는 소득자에겐 소득세 최고세율인 38%가 적용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벌어들인 수입의 40%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그것을 기꺼이 낼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고소득자인 연예인들은 항상 탈세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은 일반 근로소득자와 달리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개인사업자의 경우 소득을 어떻게 신고하느냐에 따라 과세 액수가 크게 달라지고, 이것이 연예인들의 탈세 의혹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연예계에서 사용되는 경비가 불투명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개인사업자의 업무와 관련된 경비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를 노리고 경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연예인들의 경비엔 각종 활동을 하며 쓰게 되는 기름값, 밥값, 숙박비, 주차비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간이 영수증 하나만 끊어 실제로 쓰지 않은 돈을 썼다고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류스타의 탈세, 어떤 수법으로 이뤄지나
 
해외에서 한류스타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들어선 중국 시장에서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지난 2009년 방영됐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한류스타로 떠오른 장근석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국내로 가져올 때 문제가 발생한다. 환치기 수법을 통해 탈세를 노리는 스타들이 종종 있기 때문.
 
환치기는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환치기를 이용하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돈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에 규정된 송금의 목적을 알릴 필요도 없고, 정상적으로 환전할 경우 지불하는 환수수료도 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돈세탁이나 환율을 이용한 환투기, 마약·밀수 등을 목적으로 불법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사람들이 환치기를 많이 이용한다.
 
한류스타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중개인이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에 들여와 연예인들의 차명계좌에 몰래 입금해주는 식으로 탈세가 이뤄진다는 것이 관계자의 얘기다.
 
과거 한 한류스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매니저는 "중국 현지에선 출연료 등을 현금으로 받을 때가 많다"며 "과세를 피하기 위해 그 돈을 한국으로 직접 나르느라 몇 번씩이나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했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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